
7일 사직구장, 한화가 연장 10회 끝에 롯데를 9-8로 잡아냈다. 롯데를 상대로 주말 3연전 스윕이었다. 지고 있다가 동점을 만들고, 또 역전당하다가 결국 웃은 한화의 지휘봉은 김경문 감독이 잡고 있었다.

반대편 더그아웃에는 KBO 통산 800승을 목전에 둔 김태형 감독이 있었다. KBO를 대표하는 두 명장의 맞대결이었는데, 롯데는 이날도 디테일에서 발목이 잡혔다.
두 감독이 쌓아온 것들

김태형 감독은 두산에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감독이다. 현재 통산 799승으로 800승까지 단 1승이 남아 있다. 현역 감독 중 800승에 먼저 도달한 김경문 감독도 두산과 NC에서 정규시즌 승률 기준 역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명장이다.

두 감독 모두 KBO에서 손꼽히는 커리어를 자랑한다. 그런 두 감독이 각자 롯데와 한화라는 팀을 맡았을 때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건 공교롭게도 같은 처지다.
감독 탓이 아니라 팀 탓이다

이날 경기만 봐도 그렇다. 롯데는 1회부터 흐름을 놓쳤다. 비슬리가 1루를 제대로 밟지 못한 플레이, 유격수 전민재의 타구 처리 실패, 3루수 김민성의 병살 실패까지 겹치며 맞지 않아도 될 1회 4실점을 허용했다. 8회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10회 최준용이 2사 후 볼넷을 남발하며 만루를 자초했고, 결국 1루수 최항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줬다.

번트 실패, 수비 실수, 불펜 붕괴가 반복되는 팀에서 어떤 감독이 앉아 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가 7연속 한국시리즈를 진출하던 두산 시절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을 잘 썼던 것처럼, 지금 롯데에서도 잘 쓸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야 감독 능력이 빛을 발한다.
선수빨 vs 감독빨 논쟁, 정답은 없다

물론 감독의 역할이 아예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작전 실패나 투수 운용 문제는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롯데 팬들이 김태형 감독을 향해 쏟아내는 비판 중 상당 부분은 팀 전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래리 서튼, 조원우, 허문회 등 이전 감독들도 롯데에서 가을야구를 못 갔다.
감독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게 반복됐다면, 문제는 감독보다 팀 구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서 김경문 감독이 오늘 이긴 것처럼, 이기는 날도 있고 지는 날도 있다. 다만 이기는 날의 공이 감독에게만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지는 날의 책임도 감독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