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단장 vs 최고의 단장” 수백억 쓴 한화 손혁 단장의 평가가 극과 극인 이유

KBO 역사상 이렇게 돈을 쓴 단장이 있었을까. 2022년 10월 부임한 한화 손혁 단장은 4번의 오프시즌 동안 FA와 비FA 다년계약에만 6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 성적표를 놓고 팬들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린다. 누군가에게는 만년 하위권 한화를 준우승 팀으로 바꾼 최고의 단장이고, 누군가에게는 먹튀 제조기다. 양쪽 다 근거가 차고 넘친다는 게 이 논쟁의 특징이다.

‘최악’이라 불리는 이유

실패 목록부터 보자. 가장 뼈아픈 건 4년 78억의 엄상백이다. KT에서 13승을 거둔 이닝이터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적 첫해 2승 7패 평균자책점 6.58, WAR 마이너스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KBO 역대 최악의 투수 이적 사례로 꼽혔고, 올해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아웃까지 됐다. 6년 72억의 안치홍도 부진 끝에 2년 만에 2차 드래프트로 키움에 넘어갔다.

외국인 농사의 흑역사도 있다. 100만 달러를 준 버치 스미스는 단 2.2이닝 만에 방출됐고, 같은 돈을 쓴 오그레디는 타율 0.125로 짐을 쌌다. 여기에 수베로 감독 사단 경질과 잔여 연봉 지급, 최원호 감독 선임 후 1년여 만의 재경질까지, 지도자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채은성·심우준을 뺀 FA 야수 영입과 초기 외인 영입이 줄줄이 어긋난 셈이라, 투자 대비 적중률을 따지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고’라 불리는 이유

그런데 반대편 목록도 만만치 않다. 부임 첫해 데려온 채은성(6년 90억)은 한화 중심타선을 지탱했고, 역대 최대 규모인 8년 170억의 류현진 영입은 팀의 상징성과 마운드를 동시에 바꿨다.

결정적으로 폰세와 와이스라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발굴해 지난해 한화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올려놨다. 두 투수가 나란히 메이저리그로 떠난 것 자체가 스카우트 안목의 증명이다.

지난겨울의 움직임은 절정이었다. 2차 드래프트로 안치홍과 같은 고액 연봉자를 정리해 샐러리캡을 비우고 보상금 11억까지 챙긴 뒤, 그 돈으로 곧바로 강백호(4년 100억)를 낚아챘다. 여기에 노시환을 11년 307억에 묶어 FA 유출을 원천 차단했다.

올 시즌 강백호는 타점 1위, 노시환은 구단 최초 5경기 연속 홈런으로 화답 중이다. 아시아쿼터 최고 성공작 왕옌청도 그의 작품이다. 실패를 빠르게 손절하고 그 돈을 재투자하는 순환이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국 올해가 심판대

정리하면 손혁 단장은 크게 지르고, 크게 실패하고, 크게 성공한 단장이다. 스몰마켓처럼 웅크리던 한화를 매년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으로 만든 공은 분명하지만, 엄상백·안치홍 같은 대형 실패가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을 날린 원인 중 하나라는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 준우승이라는 성과와 수백억의 수업료가 공존하는 이력서인 셈이다.

결국 평가를 가를 건 올해다. 폰세·와이스가 떠난 뒤에도 한화가 강백호·노시환 쌍포를 앞세워 우승에 닿는다면 그는 한화 역사상 최고의 단장으로 남을 것이고, 또다시 문턱에서 미끄러진다면 수천억을 쓰고도 우승 못 한 단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