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한국인 타자 하나가 리그를 찢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산하 더블A의 외야수 조원빈(23)이다.
지난달 말 더블A에 올라온 뒤 20경기 만에 홈런 10개를 몰아치며 OPS 1.147을 찍었고, 현지 매체가 앞다퉈 그의 이름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역대 30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후보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승격하자마자 리그를 폭격했다

조원빈의 더블A 폭격은 내용이 더 무섭다. 승격 후 만루홈런과 3경기 연속 홈런을 몰아쳤고,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투수 랭킹 1위로 꼽히는 케이드 앤더슨을 상대로도 담장을 넘겼다. 더블A는 투수들의 구위와 변화구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마이너 최대 검증 구간인데, 그 무대에서 나온 20경기 10홈런은 반짝 활약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숫자다.

이미 상위 싱글A에서도 5월 한 달 타율 0.325, OPS 1.097로 리그 ‘금주의 선수’에 뽑히며 예열을 마친 상태였다. 타격감이 최고조일 때 승격 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폭발로 연결한 것이다.
KBO 대신 미국을 택했던 그 유망주

조원빈은 서울컨벤션고 시절 공수주를 겸비한 툴가이로 평가받으며 2022년 KBO 드래프트 대신 세인트루이스와 계약금 50만 달러에 사인한 미국 직행파다. 고교 졸업 후 빅리그에 도전해 성공한 추신수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최근 2년간 상위 싱글A에서 정체되며 유망주 랭킹에서 밀려났고, 본인 고백에 따르면 “내일이 프로 마지막 날일지 모른다”는 공포에 잠 못 드는 날이 이어졌다. 그 벽을 깬 건 기술이 아니라 멘털이었다. 기복을 줄이기 위해 매일 같은 루틴과 집중력을 유지했고, 떨어진 시력을 콘택트렌즈로 교정한 것도 반등의 숨은 동력이 됐다.
이번 겨울, 빅리그 문 앞에 선다

현지의 관심이 뜨거운 데는 시기적 이유도 있다. 조원빈은 이번 겨울 40인 로스터에 등록되지 않으면 룰5 드래프트를 통해 타 구단에 뺏길 수 있는 신분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세인트루이스가 그를 지키기 위해 40인 로스터에 넣을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곧 빅리그와 한 걸음 거리라는 뜻이다. 팀 홈런이 리그 하위권인 세인트루이스의 사정상, 더블A에서 장타력을 계속 증명하면 승격 시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물론 20경기는 아직 짧은 표본이고, 더블A와 빅리그 사이에는 트리플A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방출을 걱정하던 선수가 한 달 만에 구단이 지켜야 할 자산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