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선수에게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은 가문의 영광이자 실력을 증명하는 훈장이다. 하지만 그 훈장의 뒷면에는 ‘증명해야 한다’는 서슬 퍼런 칼날이 숨어 있다. 한화의 보물 노시환(26)이 지금 딱 그 칼날 위에 서 있다. 극심한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은 그는 KBO 규정에 따라 연봉에서도 손해를 본다.
타율 0.145, 삼진 21개

한화는 13일 노시환을 1군 엔트리에서 전격 말소했다. 시즌 개막 후 첫 2군행이다. 3연패 기간 중 팀의 4번 타자를 2군으로 보낸 배경은 명확하다.

노시환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145(55타수 8안타) 3타점 6득점 OPS 0.394로 허덕였다. 장타는 홈런 없이 3일 두산전에서 나온 2루타 1개뿐이다. 장타율 0.164. 삼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1번을 당했다. 득점권 타율 0.095(21타수 2안타)로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고, 강점으로 꼽힌 3루 수비에서도 실책 3개를 범하며 흔들렸다. 마지막 안타는 7일 SSG전. 이후 4경기 연속 무안타다.
매일 166만 원씩 감액

2군으로 내려간 노시환은 계약한 연봉에서도 일정 부분 손해를 본다. KBO 규약 제73조(연봉의 증액 및 감액)에 따르면, 연봉 3억원 이상의 선수가 경기력 저하 등 선수의 귀책 사유로 1군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 선수 연봉의 300분의 1의 50%에 미등록 일수를 곱한 금액을 연봉에서 감액한다.

올해 연봉 10억원을 받는 노시환의 경우 300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33만원의 절반인 약 166만원이 2군에 있는 동안 매일 감액된다. 2군에 내려가면 최소 10일이 지나야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시환은 이번 2군행으로 최소 1,66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WBC 강행군이 뺏어간 리듬

노시환의 2026년 시작은 유독 길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1월부터 몸을 달궜다. 체력이 떨어지면 기술도 무너지는 법.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타이밍은 늦었고, 스위퍼에 헛방망이가 돌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액 선수’라는 타이틀은 0.145라는 타율조차 용납하지 않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307억 값’ 얘기는 노시환의 어깨를 더욱 짓눌렀을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일 KIA전까지 4번 타자로 기용하다가 11일과 12일에는 6번 타순으로 내렸다. 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고, 결국 재정비를 위해 2군으로 보냈다.
‘일보 후퇴’가 아닌 ‘이보 전진’을 위한 결단

안 좋을 때 억지로 1군에 남아 비판의 화살을 맞는 것보다, 이천(2군)에서 자신의 원래 메커니즘을 복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노시환은 2023시즌 31홈런 101타점, 지난해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터뜨린 리그 최고의 우타 거포다. 슬럼프는 구름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걷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온 이후다. 307억이라는 숫자를 잊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에 즐겁게 배트를 휘두르던 ‘소년 장사’의 마음가짐을 되찾아야 한다. 노시환이 없는 한화 타선은 상상할 수 없다. 그가 다시 시원한 홈런포를 가동할 그날을 위해, 지금의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