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 마운드에 드리운 가장 큰 물음표는 바로 ‘엄상백’이다. 4년 총액 78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안고 이적했으나, 이제는 팀 내 경쟁에서도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선발로서 기대된 시즌 출발은 삐걱거렸고, 정규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

올 시즌 엄상백이 남긴 기록은 2승 7패, 평균자책점 6.58. 퀄리티스타트는 단 두 번에 그쳤고, 피안타율은 0.324로 치솟았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다양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경기 내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7점 중반까지 치달았을 때, 팬들의 기대감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등판에서도 0.2이닝 2실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는 제외됐다. 특히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KT 시절 보여준 집중력 넘치는 투구는 이번 시즌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팀 변화 속 입지 축소

한화는 내년 아시아쿼터 시행에 맞춰 대만 대표 왕옌청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류현진, 문동주, 정우주, 황준서 등 폭넓은 국내 자원도 맹렬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정우주는 포스트시즌에서 평균자책점 0.00의 완벽한 투구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엄상백이 5선발 자리를 지키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
남은 선택지는?

전 구단에서 기대를 모은 거액 계약 선수였던 그는, 내년이 자존심을 걸고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분명 잠재력은 있다. 다만 프로는 매 시즌 증명해야 하는 무대. 기대는 더 이상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입지는 좁아졌고, 경쟁자는 많아졌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026년에는 진짜 ’78억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그 첫걸음은 바로 지금 이 겨울 준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