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짜리 선수가 78억 선수 밀어냈다” 한화 왕옌청, 5선발 확정

한화 이글스 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연봉 1억 5천만 원의 아시아쿼터 왕옌청이 4년 78억 원 FA 계약의 엄상백을 제치고 5선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완벽한 캠프 퍼포먼스

왕옌청의 캠프 성적표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지난 26일 닛폰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21일 WBC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서도 2이닝 무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캠프 연습경기 세 차례 등판에서 총 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만들어냈다.

최고 구속 150킬로미터의 묵직한 직구에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까지 다양한 구종을 선보이며 타자들을 완전히 압도했다. 대만 출신으로 NPB 이스턴리그에서 쌓은 경험이 한국 무대에서도 통했다는 평가다.

엄상백의 아쉬운 역전패

사실 캠프 초반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지금 캠프 합류 투수 중 엄상백의 공이 가장 좋다”고 호평할 정도로 엄상백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지난해 78억 원 계약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한결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화 입장에서도 엄상백이 5선발을 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였다. 144경기 풀타임 선발 경험이 풍부한 엄상백과 달리 왕옌청은 아직 검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왕옌청을 좌완 불펜 필승조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의 최종 결정

하지만 결과는 실력이 말해줬다. 김경문 감독은 “저번에 던진 것보다 내용이 더 좋았다”며 왕옌청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본인이 갖고 있는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그만큼 보여준 건 좋은 소식”이라며 4월 개막에 대한 기대감까지 표현했다.

문동주의 어깨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확실한 선발 자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왕옌청의 안정감이 더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78억 원 계약의 위기

결국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은 두 외국인 투수와 류현진, 문동주, 그리고 왕옌청으로 확정됐다. 78억 원짜리 엄상백은 불펜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연봉 대비 역할이 크게 축소됐다. 젊은 선발 자원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내년 선발 보장도 어려워 보인다.

왕옌청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의 승리를 넘어 한화 전력에도 긍정적인 신호다. 아시아쿼터 시장에서 공들여 영입한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엄상백에게는 자존심 회복과 함께 새로운 역할에서의 적응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