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의 거포 노시환이 WBC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이 화제다. 지난 22일 KBO 리그 역사상 최고액인 11년 307억 원 계약을 체결한 노시환이 오키나와 훈련 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플레이로 류지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6일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 5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5번 타자로 나선 노시환에게 벤치는 희생번트 사인을 보냈다. 307억 원짜리 거포에게 번트라니, 누구나 의외라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노시환의 반응은 달랐다. 장찬희의 초구가 들어오자 침착하게 투수 쪽으로 번트 타구를 보내며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이 한 번의 플레이가 대표팀에게는 빅이닝의 시작점이 됐고, 그 이닝에만 10점을 쏟아내는 폭발적인 공격의 발판이 됐다.
류지현 감독이 보인 만족스러운 반응

류지현 감독은 노시환의 번트 성공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코치진이 노시환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어서 물어보니 번트를 잘 댄다고 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4번 타자를 맡은 선수가 초구 번트에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고 강조하며 노시환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 평가했다.

더 인상적인 건 노시환의 마인드였다. 류 감독은 “번트 성공도 좋았지만, 번트 사인을 수용하는 자세가 참 좋더라”고 말했다. 거액의 계약을 체결한 스타 플레이어가 팀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확인한 것이다.
진짜 거포의 조건

노시환은 소속팀 한화에서 4번 타자지만, 대표팀에서는 5~7번 타순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처럼 희생번트를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올 것이다. WBC는 개인의 스타성보다 9명이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계약 발표 이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노시환은 대표팀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선 2경기에서 5타수 3안타 1홈런 3볼넷으로 활약하며 컨디션이 상승세에 있음을 증명했다. 307억 원의 가치는 단순히 홈런과 타점에만 있는 게 아니라, 팀을 위해 언제든 희생할 줄 아는 마음가짐에서도 나온다는 걸 노시환이 직접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