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즌에 외국인 투수만 여섯 명째. SSG의 올해 외인 농사는 잔혹사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런데 그 여섯 번째 카드가 첫 등판부터 심상치 않다. 16일 인천 KIA전에 데뷔한 페드로 아빌라(29)는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최고 155km 강속구로 리그 상위권 타선을 봉쇄했다.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구위만큼은 리그 원탑급이라는 호들갑까지 나온다. SSG는 이 승리로 2연패를 끊고 6-0 완승, 최정의 대기록(역대 최초 11시즌 연속 20홈런, 최연소 1,000장타)까지 곁들인 완벽한 후반기 출발을 알렸다.
화이트→히라모토→해치→아빌라… 잔혹사의 끝?

아빌라의 데뷔전이 극적인 건 그 앞의 실패들 때문이다. 지난해 에이스였던 화이트는 부상으로 6경기 만에 떠났고, 대체자 히라모토는 4경기 평균자책점 9.56으로 일본에 돌아갔다.
화이트 자리엔 해치를 새로 앉혔고, 개막 로테이션의 다른 축 베니지아노마저 16경기 평균자책점 6.10 끝에 방출됐다. 그 대체가 아빌라. 이 계약으로 SSG는 시즌 외인 교체 카드 2회를 모두 소진했다. 아빌라가 실패하면 대안이 없는, 말 그대로 마지막 승부수였다.
구속 논란까지 있었는데, 공이 다 증명했다

영입 당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올해 트리플A 성적이 15경기 평균자책점 7.50으로 처참했고, 180cm의 크지 않은 체격에 구단이 발표한 ‘평균 150km 이상’이라는 구속을 두고 부풀리기 아니냐는 해프닝성 논란까지 일었다. 데뷔전은 그 의심들에 대한 일괄 답변이었다.
전광판에 155km를 찍은 포심에 154km 투심, 커터와 체인지업까지 섞으며 94구로 6이닝을 지웠고, 전반기 공동 다승왕 올러와의 맞대결을 완승으로 끝냈다. MLB 통산 72경기(평균자책점 3.51)에 지난해 야쿠르트에서 7승을 거둔 NPB 검증까지, 이력서의 하한선이 낮지 않은 투수라는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한 경기의 증명, 그러나 상황은 절박하다

물론 데뷔전 하나로 성공을 선언하긴 이르다. KBO 타자들의 분석이 시작되는 두 바퀴째가 진짜 시험대고, 트리플A 7점대라는 올해 성적표가 괜히 나온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맥락이 다르다. 9위까지 추락한 SSG는 교체 카드가 없어 아빌라와 무조건 동행해야 하고, 아빌라 본인도 “후반기는 0에서 다시 시작”이라며 팀 사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왔다.

가족들이 지켜본 생애 첫 한국 등판에서 첫 승을 바친 스토리, 침체된 선수단에 활력이 된다는 이숭용 감독의 평가까지, 출발선의 그림은 올해 SSG 외인 중 가장 좋다. 다섯 번의 실패 끝에 온 여섯 번째. 이번엔 정말 다르길, 인천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