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5경기 차 1위를 달리다 후반기에 무너져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친 한화가 올해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 순위는 7위, 홈 10연패를 기록 중이고 불펜 ERA는 리그 꼴찌다. 지난해 전반기 무너진 원인으로 지목됐던 투수 혹사가 올해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김경문 감독 경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경기에 불펜 등판 114회, 유일하게 100회 넘은 팀

숫자가 먼저 말한다. 시즌 약 20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한화 불펜 누적 등판은 114회로 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회를 넘겼다. 멀티이닝 등판도 25회로 2위 구단보다 5회나 많고, 불펜이 소화한 이닝도 리그 3위 수준이다.

정우주는 20경기 중 14경기에 등판했고, 조동욱과 박상원은 각각 2연투를 4회씩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황준서는 경기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지경이다.

이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반기 5.5경기 차 선두를 달리다가 후반기에 팀이 무너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게 바로 김서현, 박상원, 조동욱의 전반기 혹사였다.
이들이 여름 들어 탈진하면서 뒷문이 무너졌고, 결국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그 교훈을 한 시즌 만에 그대로 잊은 것인지, 올해도 똑같은 그림이 반복되고 있다.
고집스러운 타선 운용, 데이터는 안 본다

엔트리와 타선 운용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 장면들이 나왔다. 팀 주전 3번타자 문현빈이 빠졌을 때 그 자리에 바로 고졸 신인 오재원을 집어넣었다. 하위 타순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게 상식적인 선택이지만, 클린업에 직행했다.
2군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할 오재원을 1군에서 애매하게 기용하는 반면, 이진영 같은 자원은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팬들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활용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한 경기에서 조동욱이 오스틴 딘을 상대하던 중 투수를 교체했는데, 당시 오스틴은 좌투수 상대 OPS가 0.4 미만인 반면 우투수 상대 OPS는 1.2를 넘겼다.
조동욱이 계속 상대했다면 오히려 유리한 매치업이었지만, 교체된 투수가 적시타를 맞으며 경기를 내줬다. 선수가 부진하면 “멘탈의 문제”를 거론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구체적인 데이터 기반 판단이 아쉬운 대목이다.
말은 앞서는데 행동은 반대

인터뷰도 화제가 됐다. “불펜을 관리해줘야 한다”고 본인이 직접 말한 감독이 리그에서 불펜을 가장 많이 굴리고 있고, “약한 팀이나 엔트리를 자주 바꾼다”고 했다가 팀이 6연패에 빠졌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과 행동이 정반대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2군을 짬통처럼 다룬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선수 윤대경의 유튜브 발언처럼 “2군에서 잘해도 올라가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1군과 2군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엄상백의 시즌 아웃, 화이트의 부상 이탈이라는 구조적 악재가 있었고, 폰세와 와이스 같은 걸출한 외국인 선발 두 명을 동시에 잃은 전력 공백도 크다.

그럼에도 한승혁을 KT에 보상선수로 빼앗긴 채 불펜 ERA 꼴찌를 기록하는 현실과, 이강철 KT 감독이 같은 한승혁을 데이터 기반으로 철저히 관리하며 좋은 결과를 내는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팬들의 불만이 단순한 감정 분풀이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