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거 지켜보는 무대는 어지간한 투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안우진은 정반대였다. 지난 30일 고척 LG전, MLB 4개 구단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가운데 안우진은 리그 선두 LG 타선을 11탈삼진으로 잠재우며 왜 자신이 메이저리그의 정밀 관찰 대상인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4개 구단이 보는 앞에서 펼친 괴력투

키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고척돔에는 LA 에인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양키스까지 총 4개 구단 스카우트가 방문했다. 안우진의 투구를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보통 이런 시선은 압박으로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안우진은 오히려 가장 압박감이 큰 무대에서 시즌 최고의 피칭을 꺼내 들었다.

안우진은 5⅔이닝 동안 단 1안타 2볼넷 1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56㎞, 평균 152㎞에 달하는 직구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을 정교하게 섞으며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선발 타자 8명 전원에게 최소 1개 이상의 삼진을 빼앗았고, LG는 팀 전체가 단 1안타에 그쳤다.
1069일 만의 두 자릿수 탈삼진

이날 11탈삼진은 안우진 개인 통산 13번째 두 자릿수 탈삼진이자, 2023년 7월 7일 고척 한화전 이후 무려 1069일 만의 기록이다. 긴 재활을 거쳐 4월 복귀한 안우진이 마침내 부상 이전의 위력을 완전히 되찾았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압권은 중반의 탈삼진 행진이었다. 3회 송찬의, 박해민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것을 시작으로 이어진 이닝까지 6타자 연속 탈삼진을 완성했다. 1회 수비 실책으로 오스틴 딘에게 출루를 허용한 위기에서도 문정빈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흔들리지 않았다. 복귀 후 처음으로 5이닝 이상 무실점 투구를 완성하며 약 두 달간 이어지던 승운 부족도 끊어내고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외인 도박 감행한 키움에 천금 같은 호투

이번 호투는 키움의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값지다. 키움은 최근 외국인 투수 와일스를 방출하고 거포 맷 데이비슨을 영입하는 외인 2타자 도박을 감행했다. 그만큼 알칸타라, 안우진, 하영민, 배동현, 박준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투수 중심 로테이션의 무게가 커진 상황이다. 자칫 선발진이 흔들릴 수 있는 시점에 안우진이 에이스의 품격으로 중심을 잡아준 셈이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박찬혁이 솔로 홈런 포함 3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고, 김건희가 4안타, 안치홍이 2타점으로 거들며 6-0 완승을 완성했다. 키움은 길었던 홈 6연패를 끊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