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6시 25분,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 플레잉코치가 자택 근처인 경기 구리시 아천동 왕복 6차선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한 채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맞은편에서 정상 신호에 유턴하던 차량을 추돌했다.
튕겨나간 차량은 도로변에 정차 중이던 경찰 순찰차 후미까지 들이받고 멈췄다. 이 사고로 상대 차량 운전자와 순찰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까지 부상을 입었다.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새벽 6시, 그 시간에 운전대를 잡은 이유

사고 시각이 오전 6시 25분이라는 점이 의문을 키운다. 전날 밤 술자리가 길어졌거나, 혹은 자고 일어나서도 알코올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몰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같다.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택시를 탔다면, 혹은 그냥 차를 두고 나왔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다. 23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 그 짧은 판단 하나에서 시작됐다.
통산 2035안타,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은퇴식 계획까지

이용규는 2004년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KIA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용규놀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레전드 외야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였고, 한화를 거쳐 키움에서는 플레잉코치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통산 2035안타에 도루는 397개, 400도루까지 단 3개를 남겨둔 상태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식 타격코치로 전환될 예정이었고, 키움 구단은 시즌 말 은퇴식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사고 발생 반나절 만에 끝났다. 키움은 이용규의 은퇴를 즉시 수용했고, KBO 징계규정상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은 별도 상벌위 없이 1년 실격 처분이 내려진다.
대리운전 비용과 비교할 수 없는 대가

대리운전 비용은 길어야 몇만 원이다. 이용규가 잃은 건 23년간 쌓아온 선수 경력, 코치로서의 미래, 그리고 400도루까지 단 3개 남았던 도루 기록, 그리고 팬들의 신뢰다.

변호사는 초범임을 감안하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정도가 예상된다고 했는데, 형사처벌은 그렇게 끝나도 야구인으로서의 삶은 그날로 끝났다. 신인 선수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로 가장 먼저 교육하는 게 음주운전인데, 그걸 가르치는 위치에 있던 코치가 직접 그 일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크다.
박한이부터 강정호까지, 반복되는 이름들

이용규 외에도 하주석, 강정호, 박한이, 강승호, 정수근까지 KBO에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름은 끝없이 이어진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였지만 음주운전 전력이 드러나면서 스스로 빅리그 커리어와 KBO 복귀 가능성을 모두 닫아버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매번 나오지만, 정작 그 처벌이 강해지기 전에 선수와 코치들의 인생이 먼저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벽 6시, 대리운전 한 번이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