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타석 5타수 5삼진. 한화 이글스 노시환(26)이 개인 한 경기 최다 삼진의 불명예 기록을 세우며 고개를 숙였다. 31일 대전 KT전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단 한 번도 공을 맞추지 못했다. 11년 최대 307억원 비FA 계약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5삼진 — 역대 타이 기록

2026 KBO 연감에 따르면 한 경기 5삼진은 역대 22번째다. 1985년 김무종(당시 해태)을 시작으로 작년 김영웅(삼성)까지 총 22번 나온 기록이다. 노시환 개인으로서도 2025년 6월 28일 인천 SSG전 4삼진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더 아픈 건 삼진을 당한 상황이다. 1회 1사 1·3루, 3회 2사 2루, 5회 2사 1·2루, 7회 2사 1·2루.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주자가 득점권에 있었다. 4번 타자로서 해결사 임무를 해낼 기회가 4번이나 왔다. 4번 모두 삼진. 9회 선두 타자로 나왔을 때도 삼진으로 물러났다.
구종이 모두 달랐다

상대팀이 노시환의 약점을 간파해 특정 구종을 집중한 것도 아니다. 5개의 삼진에 구종이 모두 달랐다. 1회 142km 커터. 3회 147km 직구. 5회 133km 스위퍼. 7회 125km 커브. 9회 134km 체인지업. 8개의 삼진을 당한 마지막 공이 모두 헛스윙인 것도 눈에 띈다. 루킹 삼진이 아니라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맞추지 못한 것이다.

KT 선발 보쉴리에게 특히 고전했다. 1회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커터에 속아 방망이를 헛돌렸다. 0-1로 지고 있던 한화는 1사 1·3루 찬스를 놓쳤다. 3회 2번째 타석에서도 같은 볼카운트에 당했다. 5회에는 스위퍼를 공략하지 못했다. 보쉴리에게만 삼진 3개. 보쉴리가 내려간 뒤에도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7회 스기모토의 커브, 9회 주권의 체인지업에 연속으로 당했다.
득점권에서 삼진 6개

개막 3경기 노시환의 성적은 16타석 15타수 3안타 타율 0.200. 1볼넷 1타점. 삼진은 8개로 10개 구단 전체 타자 가운데 1위다. 홈런 타자라면 대체로 삼진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득점권에서 삼진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총 11번의 득점권 찬스에서 안타 2개, 볼넷 1개로 1타점을 올렸다. 삼진은 6개. 득점권 10타수 2안타 타율 0.200. 4번 타자가 찬스에서 이렇게 삼진을 당하면 팀이 힘들다.
307억 — 한화의 투자

노시환은 한화 타선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타자다. 2019년 입단 후 7년간 124개의 홈런을 때렸다. 2023년에는 홈런(31개)과 타점(101개) 2관왕에 오르며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로 떠올랐다. 그래서 한화는 작년 시즌 후 그에게 11년간 최대 30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비FA 계약을 안겼다.

김경문 감독은 31일 경기 전 “(노)시환이 처음보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강백호와 같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결과는 5삼진. 한화는 개막 2연승 후 4-9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아직 3경기다. 시즌은 길다. 노시환이 4번 타자와 307억 거물의 자존심을 언제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