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새로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 팬들과 전문가 모두가 기대했던 일본인 투수들이 KBO리그 적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야구 문화도 비슷해서 데려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일인가.
7개 구단이 일본 투수 선택했는데

KBO는 2026시즌을 앞두고 구단별로 1명씩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기존 외국인 3명에 더해 4번째 외국인 카드가 생긴 셈이다. 신규 영입 비용 상한은 20만 달러로, 기존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가성비 보강’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대다수 구단이 마운드 보강에 나섰고, KIA(내야수 제리드 데일)를 제외한 9개 구단이 투수를 영입했다. 그중 7개 구단이 일본에서 선수를 구했다. SSG 타케다 쇼타, 두산 타무라 이치로, KT 스기모토 코우키, NC 토다 나츠키, 삼성 미야지 유라, 롯데 쿄야마 마사야, 키움 카나쿠보 유토가 그 주인공이다.
개막 3주 만에 성적표는 처참

그런데 개막 후 3주가 지난 지금, 일본 출신 선수 대다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경기에서 이런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KT 스기모토는 KIA전에서 4-3으로 앞선 8회 초에 등판했으나 안타-도루-안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공 10개 만에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강판당했다.

두산 타무라는 롯데전에서 2-0으로 앞선 6회 말 2사 만루 상황에 등판해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박찬호가 전민재의 타구를 호수비로 건져내지 않았다면 역전까지 내줄 뻔했다. 그나마 제 몫을 해주던 삼성 미야지마저 SSG전 10회 초에 등판해 박성한에게 결승타를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WAR 마이너스가 4명, “차라리 안 던지는 게 낫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1일 경기 종료 시점 일본 출신 7명 중 WAR이 플러스인 선수는 3명뿐이다. NC 토다 나츠키가 0.37로 가장 높고, 미야지가 0.32, 카나쿠보 유토가 0.02로 간신히 양수다.

나머지 4명은 WAR이 마이너스다. 차라리 안 던지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스기모토(-0.26)는 홀드 3개를 챙겼으나 평균자책점 7.59(10⅔이닝 9자책)로 높고, 타무라(-0.58)는 평균자책점 11.25(8이닝 10실점)로 아시아쿼터 불펜 중 최악이다. 쿄야마(-0.06)는 평균자책점 7.00, 타케다(-0.36)는 3경기 선발 등판 3패 평균자책점 13.03을 기록하고 아예 1군에서 제외됐다.
일본 아닌 웰스·왕옌청이 호투

역설적으로 비일본 출신 아시아쿼터 투수들이 선전하고 있다. 호주 출신 LG 라클란 웰스는 지난해 키움에서 대체 외국인으로 뛰며 이미 KBO를 경험한 검증된 투수다. 대만 출신 한화 왕옌청도 선발 자리를 꿰차며 호투 중이다. 일본 투수들의 부진이 더 도드라지는 이유다.
냉정하게 보면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일본 투수들 대다수는 NPB 1군급이 아니라 전력 외 수준이다. 타케다는 팔꿈치 수술로 지난해 NPB 1군 등판이 아예 없었고, 카나쿠보는 사생활 문제로 야쿠르트에서 방출된 논란의 선수다. 시범경기 때 기대를 모았던 불펜 3총사(스기모토, 카나쿠보, 타무라)가 정규시즌에서 무너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교체 결단 내리는 구단 나올까

이렇게 되면서 아시아쿼터 선수를 교체하는 구단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아시아쿼터 교체는 연 1회만 가능하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부진이 길어진다면 구단도 서둘러 결단을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1군에서 제외된 타케다의 경우 SSG가 가장 먼저 교체 카드를 쓸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성비’를 앞세워 일본 투수 일색으로 채운 아시아쿼터. 시즌 초반 성적표는 기대와는 정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