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로 5·18 민주화운동 비하 논란을 일으킨 배재고 야구부의 출전 정지 징계가 6개월에서 1개월로 크게 줄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20일 재심에서 내린 결정이다. 다섯 달이 깎인 이례적 감경의 중심에는 뜻밖에도 피해 학교인 광주제일고가 있었다.
조롱 구호에서 6개월 중징계까지

사건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광주일고와의 1회전에서 벌어졌다. 배재고 선수들은 더그아웃에서 단체 율동과 함께 ‘스타벅스 가야지’를 반복해 외쳤다. 지난 5월 스타벅스가 ‘탱크데이’ 이벤트로 5·18을 희화화했다는 지탄을 받은 직후였기에, 광주를 연고로 한 상대를 향한 조롱이라는 비판이 즉각 쏟아졌다.
스포츠 정신 훼손을 넘어 역사 인식의 붕괴라는 질타 속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7월 1일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남은 전국대회 출전이 모두 막히는, 고교 선수들에게는 사실상 시즌 아웃에 가까운 처분이었다.
광주로 간 배재고, 손 내민 광주일고

반전은 그다음이었다. 배재고는 야구부원과 학부모, 교직원 등 80여 명이 지난 6일 광주일고를 직접 찾아 사과문을 전달했고, 망월동 5·18 민주묘역 참배까지 마쳤다. 야구부 주장이 상대 주장에게 고개 숙여 사과문을 건네는 장면도 있었다.
그러자 이튿날 광주일고가 움직였다. 이규연 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재고의 선처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두 학교가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고려해 배재고 학생들이 그라운드에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사과하러 온 학생들에게는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위로까지 건넸다. 항의의 당사자였던 학교가 가해 학교의 구제를 앞장서 요청한,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공정위의 판단

공정위는 20일 재심에서 부적절한 응원 구호가 경기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며 징계 사유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를 찾아 용서를 구한 점, 피해 당사자인 광주일고가 용서하며 선처를 호소한 점을 감경 사유로 들어 징계를 1개월로 줄였다.
이영진 공정위원장은 학생 선수들이 아직 배움의 과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심 징계가 과중했다고 설명했다. 이 결정으로 배재고는 다음 달 6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 봉황대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남는 논쟁, 그래도 남긴 것

물론 감경을 둘러싼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배재고 측이 눈물의 사과 이틀 만에 재심 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과가 징계 감경을 위한 수순 아니었느냐는 의구심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5·18 폄훼라는 사안의 무게에 비해 1개월은 가볍다는 비판적 여론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남긴 장면은 분명하다. 잘못을 저지른 학교는 광주까지 내려가 고개를 숙였고, 상처를 받은 학교는 항의 대신 용서를 택하며 학생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