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연승의 기세가 잠실에서 꺾였다. KIA 타이거즈는 18일 두산 베어스와의 연장 10회 혈투 끝에 4-5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는데, 패인을 꼽자면 두 가지가 너무 선명했다.
10회초 무사 만루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한 타선, 그리고 이틀 연속 치명적인 실책을 저지른 유격수 제러드 데일이다.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있었지만, KIA 스스로 버렸다.
10회초 무사 만루, 3타자 연속 범퇴

연장 10회초, KIA는 무사 1·2루 상황에서 두산 구원 윤태호가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의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1점만 뽑으면 되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건 한준수, 박민, 정현창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한준수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박민은 2루수 뜬공, 정현창까지 중견수 뜬공에 그치며 3타자 연속 범퇴로 무득점에 그쳤다. 윤태호는 마운드에서 포효했고, 그 기세가 10회말 끝내기로 이어졌다. 무사 만루에서 한 점도 못 뽑으면 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데일, 이틀 연속 ‘아마추어급’ 실책

아시아쿼터로 입단한 호주 출신 유격수 데일에 대한 의문부호가 다시 붙었다. 개막 후 15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지만, 최근 이틀 동안 공수 양면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1회 2사 3루 상황에서 양의지의 유격수 방면 땅볼이 나왔다. 비교적 정면 타구였는데 데일이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하고 공이 옆으로 흘렀다. 양의지의 느린 발을 감안하면 바로 1루에 던졌으면 아웃이었지만, 후속 처리마저 늦으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올러에게 비자책 1실점이 붙었고, 그 이닝에 공 11개를 더 던져야 했다.
4회에도 실책이 나왔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수빈의 유격수 땅볼을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포구는 좋았지만 송구가 치솟으면서 출루를 허용했다. 17일 경기 8회에도 손아섭 타구를 뒤로 흘려 실책을 기록했으니, 이틀 연속 같은 그림의 수비 불안이 반복된 것이다.
타구 속도 128~135km, 힘 빠진 배트

수비만 문제가 아니었다. 데일은 이날 4타수 무안타로 2경기 연속 침묵했고, 개막 후 15경기 연속 안타 기록(역대 외국인 선수 2위)이 끊긴 뒤 타율이 0.317에서 0.299까지 내려왔다.
내용도 좋지 않았다. KBO 트랙맨 집계에 따르면 1회 타구 속도 135.3km, 4회 131.5km, 8회 128.0km로 모두 약한 타구였다. 5회 병살타는 154.5km가 나왔지만 발사각 -16.3도의 땅볼이라 의미가 없었다. 타구에 힘이 안 실리는 양상이 이틀째 뚜렷해지고 있다.
이범호 감독 “다리가 너무 무거웠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데일의 상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어제는 확실히 다리가 무거워 보이더라. 오늘 물어보니 본인도 ‘어제는 다리가 너무 무거웠다’고 했다. 오늘 보고 내일 스타팅에서 한번 빼줄까 생각하고 있다.”
결국 5회부터 데일은 유격수에서 1루로 포지션을 옮겼고, 정현창이 유격수 자리를 대신했다. 9회 찬스에서는 대타 고종욱으로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문책성 교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경기 끝까지 유격수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직 144경기 풀타임 시즌을 경험한 적 없는 데일로서는 체력적인 첫 고비를 맞이한 셈이다. 19일 선발 출전은 불투명해졌고, KIA의 8연승도 여기서 멈췄다.
두산은 윤태호·이유찬이 빛났다

두산 입장에서는 극적인 3연패 탈출이었다. 10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막아낸 윤태호가 데뷔 첫 승을 따냈고, 10회말 선두타자 김민석이 우익선상 2루타로 분위기를 달군 뒤 이유찬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이유찬의 개인 첫 끝내기이자 시즌 2번째, 구단 통산 1355번째 끝내기였다.

김원형 감독은 “윤태호가 정말 힘든 위기 상황을 본인의 힘으로 틀어막았고, 이유찬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끈질기게 커트한 끝에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반면 KIA는 무사 만루 무득점과 유격수 수비 불안이라는 뼈아픈 숙제를 안고 광주로 돌아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