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감독은 롯데 부임 3년 차에도 팀을 가을야구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그의 명장 타이틀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롯데에서의 아쉬움과 별개로, 두산에서의 8년은 그렇게 간단히 깎아내릴 수 있는 커리어가 아니다. 기록이 증명한다.
KBO 유일, 7년 연속 한국시리즈

김태형 감독은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첫해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KBO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으로, 앞으로도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꼽힌다.

그 사이 한국시리즈 우승 3회(2015·2016·2019), 준우승 4회. 두산 구단 역사상 6번의 우승 중 절반이 그의 손에서 나왔고, 부임 첫해에는 정규시즌 9경기 차였던 삼성을 한국시리즈에서 꺾는 업셋 우승까지 만들었다.
단순히 강팀을 물려받아 유지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그가 부임하기 직전인 2014년 두산은 극심한 침체기였다. 무너진 팀을 1년 만에 우승팀으로 바꿔놓은 것이 김태형 시대의 출발점이었다.
매년 선수가 빠져나가도 코시에 갔다

두산 시절의 진짜 가치는 후반부에 있다. 두산은 모기업 사정 탓에 매년 FA 핵심 선수들을 붙잡지 못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안방마님 양의지가 NC로 떠났고, 이후에도 최주환, 오재일 등 주축들이 줄줄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태형 감독 본인이 “가장 감정적으로 흔들렸던 이탈이 양의지였다”고 회고했을 만큼 뼈아픈 출혈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성적은 무너지지 않았다. 양의지가 떠난 2019년, 두산은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1위를 뒤집고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주축 3명이 FA로 빠지고 시즌 막판 외국인 선수 2명까지 이탈한 2021년에는 9월 초 8위까지 떨어졌다가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와일드카드부터 키움, LG, 삼성을 차례로 꺾는 도장깨기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전력이 빠져나가는 속도보다 감독이 팀을 지탱하는 힘이 더 강했던 시기다.
다른 감독들 머리 위에 있던 가을야구 운영

가을야구에서의 수 싸움은 특히 압권이었다. 2020년 플레이오프에서는 플렉센을 앞세운 마운드 운영과 신예 김민규의 깜짝 기용 같은 과감한 카드로 상대 벤치를 흔들었고,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약해진 전력으로 단기전마다 업셋을 만들어내는 모습에, 당시에는 다른 감독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양의지, 김재환, 허경민, 박건우 등 두산의 주축으로 성장한 선수들 상당수가 그의 재임기에 발굴되고 만개했다는 점에서, ‘화수분 야구’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롯데의 아쉬움이 두산의 업적을 지우진 못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두산의 성공에는 김태룡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의 육성 시스템 지분이 컸고, 전력이 완전히 무너진 2022년에는 김태형 감독도 9위라는 성적표와 함께 팀을 떠났다. 왕조를 이끈 명장도 선수가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방증이자, 롯데에서의 고전을 예고한 장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독 평가는 결국 주어진 전력으로 무엇을 해냈느냐로 갈린다. 매년 전력이 유출되는 팀을 7년 내리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감독은 KBO 역사에 김태형뿐이다. 롯데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것과, 그가 명장이 아니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지금의 부진을 비판하는 건 자유지만, 두산 시절 8년의 기록까지 지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