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타 하나 쳤다고 가족들에게 저주” 천성호 DM 테러, 팬이 아니라 범죄자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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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구 삼성전. LG가 5-6으로 뒤진 9회초 2사 만루에서 천성호의 타구는 병살타가 됐고, 그렇게 전반기가 끝났다. 살겠다고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던졌지만 판정은 아웃. 여기까지는 야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경기 직후 천성호 아내의 인스타그램 DM에 자녀를 거론한 욕설과 저주성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다. 병살타 하나에 대한 대가치고는, 아니 어떤 플레이의 대가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날 천성호는 ‘패배의 원흉’이 아니었다

악플의 비합리성은 이 지점에서 더 선명해진다. 천성호는 이날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팀 공격에 힘을 보탠 선수였다. 삼성 선발 원태인을 상대로 안타 2개를 뽑아냈고, 마지막 타석 전까지는 오히려 공격의 활로를 연 쪽이었다. 전반기 전체로 봐도 74경기 타율 0.281, 56안타, 26타점으로 LG 내야의 한 축을 지켜온 선수다. 시즌 절반의 공헌이 타석 하나로 지워지고, 그 화살이 경기와 아무 상관 없는 배우자와 아이에게 향했다.

물론 마지막 타석의 선택을 두고는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3타자 연속 볼넷 뒤라 초구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확률이 높았으니 초구 공략 자체는 합리적이었다는 옹호론과, 칠 거면 병살을 피하는 과감한 스윙이 나왔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맞선다.

잘 맞은 타구가 방향이 나빴을 뿐이라는 결과론적 시각도 있다. 이런 논쟁은 야구팬의 정당한 영역이다. 플레이는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논리로도 선수 가족을 향한 저주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비판과 범죄를 가르는 선

선수는 경기장에서 평가받는 직업이다. 못하면 비판을 감수하는 게 프로의 숙명이다. 그러나 가족은 경기 결과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다.

익명 계정 뒤에 숨어 선수의 아내에게, 아이를 거론하며 저주를 퍼붓는 행위는 팬심의 과열이 아니라 명백한 온라인 폭력이고, 법의 언어로는 범죄다. ‘팬이니까 화가 났다’는 변명이 통하는 선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그 DM, 생각보다 빨리 잡힌다

이런 부류가 몰랐을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지난달 선수 대상 악성 DM과 협박, 스토킹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대형 로펌 김앤장과 업무협약을 맺고 강경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이미 일부 사건은 해외 플랫폼과의 국제 공조를 거쳐 피의자가 특정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외 계정이라 안 잡힐 거라는 계산은 틀렸다는 얘기다. 장동철 사무총장은 처벌 사례가 적어 악플이 기승을 부린다며 선수들이 혼자 감당하지 않도록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야구에 인생을 건 건 선수 쪽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날 야구에 모든 걸 걸었던 건 DM을 보낸 쪽이 아니라 천성호였다. 유니폼에 흙을 묻히며 1루로 몸을 던진 선수와, 경기가 끝나자마자 그 선수 아내의 계정을 찾아가 아이를 저주한 익명의 손가락. 어느 쪽이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이번 사건이 처벌 사례로 남아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선수와 가족, 그리고 경기장에서 정당하게 아쉬워하고 정당하게 비판하는 대다수의 팬들이 함께 보호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