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홈런 쳤는데 왜 삼성 점수가 올라가”.. 최형우, 친정이라고 절대 안 봐준다

9년간 응원했던 최형우가 홈런을 쳤는데 점수는 상대팀에 올라갔다.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KIA 팬들이 겪어야 했던 혼란이다. 푸른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43·삼성)가 친정을 상대로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몰아치며 팀의 10-3 대승을 이끌었다.

헬멧 벗고 인사, 그리고 비수

최형우는 2017년 삼성에서 KIA로 FA 이적한 뒤 9년간 광주에서 뛰면서 이적 첫해인 2017년과 2024년 KIA의 통합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2년 최대 26억원 FA 계약을 체결하며 친정팀으로 복귀했고, 7일 광주에서 열린 ‘최형우 더비’는 그래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최형우는 1회초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헬멧을 벗어 3루 응원석과 중앙 응원석을 향해 인사했고, KIA 팬들도 일어나 환영의 박수를 보내며 9년간의 정을 확인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런데 그 뒤로는 냉정했다. 8회초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1타점 2루타를 날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더니, 9회초에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으며 친정이라고 절대 봐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현종 호투, 불펜이 다 날렸다

KIA 선발 양현종은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는데, 1회초 류지혁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은 뒤로는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KIA 타선도 1회말 카스트로의 2타점 적시타로 역전한 뒤 5회말 김호령의 적시 2루타까지 더해 3-1로 앞서나가며 분위기가 좋았다.

문제는 양현종이 물러난 뒤 터졌다. 8회초에 올라온 전상현이 대타 양우현에게 2루타를 맞고 류지혁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최형우가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디아즈의 적시타로 동점이 된 뒤 김영웅이 역전 적시타를 날렸고, 강민호의 2타점 2루타까지 터지며 8회에만 5점이 쏟아졌다. 전상현은 ⅔이닝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양현종의 시즌 첫 승 요건도 함께 날아갔다.

삼성 4위 굳히기, KIA는 2승 7패

기세를 탄 삼성은 9회초에도 멈추지 않고 류지혁의 적시타와 최형우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추가해 10-3 대승을 완성했다. 삼성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신예 배찬승은 ⅔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렸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5승 1무 3패를 기록하며 리그 4위를 굳혔고, 반면 KIA는 2승 7패로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전 “형우는 이곳에서 9년을 뛰었기 때문에 집에 돌아온 것처럼 심리적으로 편할 것”이라며 활약을 기대했고, 이범호 KIA 감독은 “형우는 선수와 감독 시절 모두 우승을 합작했던 선수라 애착이 크지만, 우리 상대로는 못했으면 한다”고 말했는데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형우는 KIA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철저히 프로였다. 9년간 함께했던 팬들 앞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기분이 복잡했겠지만, 점수판에는 삼성의 득점만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