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20년. 추신수(44·SSG 구단주 보좌역 겸 육성총괄)는 그동안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악성 댓글을 묵묵히 견뎌왔다.
공인이자 야구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까지 겨냥한 패륜적 발언 앞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칼을 빼들었다.
47명 고소, 합의·선처 없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4일 추신수 측이 누리꾼 47명을 모욕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낸 고소장을 최근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추신수 측 법률대리인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고소장에는 이들이 유튜브와 SNS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미국 국적을 선택한 추신수 아들들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하며 욕설과 패륜적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 스포트레인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욕설과 패륜적인 표현이 이어졌다”며 “정도가 심각한 사례에 한해 선별적으로 고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소속사는 지난 1일 “소속 야구인과 그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법무법인을 선임했고, 향후 발생하는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어떠한 합의나 선처 없이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국대 기피 안 했다” 해명했지만

추신수를 향한 악플의 상당수는 병역 문제와 관련돼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병역을 면제받은 뒤 국가대표 차출을 거부했다는 논란이 10년 넘게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지난달 17일 아내 하원미 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KBO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2013년 WBC는 신시내티 구단이 포지션 변경을 이유로 출전을 막았고, 2017년 WBC는 전년도 부상 이력 때문에 구단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내용이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등은 메이저리거 차출이 사실상 가로막혀 KBO에서 아예 소집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두 아들이 미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확산됐다. 소속사 측은 “두 아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권을 취득한 것일 뿐”이라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 선을 그었다.
가족의 정신적 고통 한계에

추신수는 부산고 시절 아내 하원미 씨를 처음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지켜보며 힘든 시기를 함께 버텨온 ‘조강지처’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에도 미국 생활에 동행하며 남편의 커리어를 묵묵히 지원해왔다. 현재 두 사람은 2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자녀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소속사 측은 “팬들에 대한 애정으로 오랜 시간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최근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법적 대응의 이유를 밝혔다.
악플, 최대 징역 3년 9개월

온라인상 악성 댓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허위 사실 유포나 모욕성 발언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거되는 사건은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에는 온라인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최대 징역 3년 9개월까지 상향됐지만,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환경 특성상 범죄 억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장원영을 대상으로 악의적인 비방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올린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는 올해 초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약 2억원 규모의 추징금 판결을 받았다.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공격은 명백한 범죄”라며 “특히 가족이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은 사회적으로도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