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선수 왜 뽑냐고 욕 먹었는데”.. 류현진·노경은, 증명한 노장이 필요한 이유

2026 WBC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 가장 논란이 된 이름들이 있었다. 39세 류현진과 42세 노경은이었다. 세대교체 바람이 거센 가운데 두 노장의 발탁은 많은 팬들에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왜 굳이 나이 많은 투수를 뽑았을까?”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1차 캠프부터 이들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젊고 빠른 투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구속이 예전만 못한 베테랑들을 굳이 데려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WBC만의 특별한 규정이 만든 기회

하지만 WBC는 일반 국제대회와 완전히 다른 대회였다. 투구수 제한 규정이 매우 엄격해서 1라운드에서는 투수 한 명이 최대 65구까지만 던질 수 있다. 30구 이상 투구하면 하루 휴식, 50구 이상이면 4일 휴식이라는 까다로운 조건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공이 빠른 투수보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멀티이닝 투수가 더 중요하다. 류현진과 노경은은 바로 이 역할에 최적화된 선수들이었다.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 그리고 여러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정감을 갖춘 투수들이었던 것이다.

류현진의 침착한 경기 운영

8강 진출이 걸린 대만전에서 류현진이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부담이 극도로 큰 경기였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3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갔다. 홈런 한 방은 허용했지만 대량 실점을 막으며 경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가는 것을 차단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타자를 상대하는 노련한 경기 운영이었다. 구속보다 중요한 것은 타자를 읽는 능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 투구였다.

노경은의 극적인 구원 투구

노경은의 활약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호주전에서 선발 손주영이 팔꿈치 이상으로 1회 만에 갑작스럽게 강판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큰 위기에 직면했고, 충분히 몸을 풀 시간도 없이 노경은이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며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곧바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3회에는 2024년 MLB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트래비스 바자나를 3볼 상황에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압권의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 메이저리거 커티스 미드도 단 세 개의 공으로 처리하며 2이닝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류지현 감독이 직접 호주전 이후 노경은에 대한 찬사를 남길 정도로 그의 투구는 대단했다. 일본 팬들조차 노경은의 투구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미니카공화국전을 앞둔 노련미의 가치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은 빠른 볼에 너무나 익숙하다. 160킬로미터의 속구를 일상처럼 보다가 갑자기 140 중반에서 150대 초반의 한국 투수들 직구를 보면 쉽게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구와 노련미가 더욱 중요해진다.

한국에는 이런 노련미를 갖춘 투수가 두 명이나 있다. 바로 류현진과 노경은이다. 이들은 젊은 투수들보다 구속은 조금 떨어지지만, 젊은 투수들에게는 없는 풍부한 경험을 통한 여유와 노련미를 보유하고 있다.

류현진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 선발로 확정됐다. 대만전 등판으로 호주전에는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류현진에게 다시 한번 큰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