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담 같은 말이지만 한화 팬들 사이에서 진심이 담겨 있다. 노시환은 경남고 시절 투수로 나와 147km를 던졌고, 프로 입단 후인 2020년에도 한화 시절 실제로 투수로 등판한 이력이 있는 선수다.
307억짜리 계약을 맺은 3루수의 고교 시절 이야기가 8일 대전 LG전 이후 다시 회자되고 있는 건, 그만큼 한화 불펜 상황이 처참하다는 방증이다.

이날 이민우는 한 경기 최다 투구 수인 25구를 아득히 넘기는 62구를 던지며 3⅓이닝을 혼자 버텼지만 패전을 안았고, 한화는 연장 11회 끝에 8-9로 졌다.
이민우가 62구를 던진 이유

선발 박준영이 3⅔이닝 만에 강판된 뒤 권민규 21구, 강건우 12구, 원종혁 11구, 조동욱 31구, 박재규 13구를 쪼개기로 던지며 불펜을 빠르게 소모했고, 8회 2사 3루 위기에서 이민우가 7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한화가 8회말과 9회말에 각각 동점을 만들며 연장으로 이어지자, 쿠싱은 이미 6일과 7일 연투 상태였고 윤산흠과 이상규도 전날 많은 공을 던진 상태였다.

남은 카드는 김서현과 김도빈뿐이었는데, 김서현의 현재 상태가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건 팬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결국 김경문 감독이 내린 선택은 이미 한계에 이른 이민우를 10회에도, 11회에도 그대로 올리는 것이었다.
이민우는 최선을 다했다

1419일 만에 3이닝 이상을 던진 이민우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9회 노시환의 호수비 도움으로 병살을 완성하며 이닝을 넘겼고, 10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11회 구속이 떨어지고 악력이 빠진 상태에서 오스틴과 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박해민의 적시타로 결국 무너졌다.

패전이 됐지만 이민우를 탓할 수 없는 경기였다. 시즌 ERA 2.53으로 한화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를 이렇게 쓰고도 진 한화는 이민우를 잃은 데다 9일, 10일 두 경기도 이민우를 쓸 수 없게 됐다.
불펜에 투수는 있는데 쓸 투수가 없다

이게 한화 불펜의 현실이다. 1군 엔트리에 투수들은 있는데 정작 믿고 올릴 수 있는 투수가 없어서 이미 한계를 넘긴 투수를 계속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노시환이 고교 때 147km를 던진 건 그냥 웃고 넘길 이야기지만, 한화 팬들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 지금 한화 불펜이 그 농담조차 진지하게 들리게 만들 정도로 위기라는 뜻이다. 김서현이 입스 수준의 제구 붕괴를 보이는 동안, 이민우 혼자 62구를 던지며 버티는 것이 2026년 한화 불펜의 민낯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