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만 삼성 감독이 최원태를 향해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대기하는 선발 자원들 많다”는 공개 경고였다. 4일 SSG전에서 1회에만 백투백 홈런 포함 5실점하며 또 초반에 무너진 직후다.
그런데 냉정히 따져보면 이런 최원태의 모습이 과연 ‘이변’일까. 그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지금 성적은 부진이라기보다 원래 기대치에 가깝다.
감독의 인내심이 바닥난 날

최원태는 4일 SSG전에서 5이닝 6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 덕에 행운의 4승을 챙겼다. 문제는 내용이다. 1회 5실점, 2회 1실점으로 초반에 와르르 무너졌고, 3회 베테랑 강민호가 포수로 투입된 뒤에야 안정을 찾았다. 올 시즌 1회 피안타율이 0.309, 피출루율은 0.406에 달한다.

박진만 감독은 “민호가 살렸다. 열흘 쉬고 왔는데 똑같더라. 타자와 승부하는 게 아니라 본인과 싸우고 있다”고 날카롭게 짚으며, 후반기에도 반복되면 장찬희·김백산 등 대기 자원이 자리를 채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통산 기록이 말해주는 ‘원래 이런 투수’

그런데 최원태의 전반기 성적(14경기 3승 4패 평균자책점 4.70)을 커리어와 비교하면 특별히 나빠진 게 아니다. 그의 통산 평균자책점은 4점대 중반이고, 삼성 이적 첫해였던 지난해도 8승 7패 4.92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이 커리어 통틀어 단 한 번뿐일 만큼 내구성 물음표도 늘 따라다녔다. 잘 던질 때와 무너질 때의 낙차가 큰 극단적인 기복, 경기 중 감정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예민함도 데뷔 때부터 지적된 특성이다.

즉 최원태는 리그를 압도하는 에이스가 아니라, 4~5선발급으로 로테이션을 돌며 이닝을 소화해주는 유형의 투수다. 실제로 올 시즌에도 퀄리티스타트 6회를 기록했고, 6실점한 날조차 5회까지 버티며 필승조를 아껴줬다.
애초에 삼성도 그를 에이스가 아닌 선발진의 한 축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6이닝 무실점, 플레이오프 호투로 ‘가을 에이스’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기대치가 부풀었을 뿐이다.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기대치

그래서 “70억 주고 데려올 때 몰랐냐”는 물음은 절반쯤 정당하다. 계약 당시에도 최원태의 좋은 스탯 대부분이 키움 시절에 쌓인 것이고, 부진 기간이 길며, 타자 친화 구장인 라팍과의 상성도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그해 FA 시장에 선발 매물이 워낙 귀해 사실상 최대어가 됐고, 통산 커리어와 나이를 감안하면 70억이 오버페이는 아니라는 평가 속에 계약이 이뤄졌다. 삼성은 최원태의 실체를 알고 데려온 것이다.

물론 초반 붕괴 패턴은 본인이 반드시 고쳐야 할 숙제이고, 감독의 경고도 당연하다. 다만 5이닝 4실점 언저리가 그의 현실적인 기본값이라는 걸 받아들이면, 팬들의 혈압도 조금은 내려갈지 모른다. 최원태에게 필요한 건 에이스가 되라는 압박이 아니라, 자기 몫인 4~5선발 역할을 기복 없이 해내는 것. 70억의 가치는 거기서 판가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