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홍창기 왜 자꾸 쓰냐고 욕하지 마라” LG를 강팀으로 만든 염경엽 감독의 시스템

홍창기의 부진은 짧지 않았다. 4월 타율 0.169로 시작해 5월 중순까지도 시즌 타율이 0.195에 머물렀다. FA를 앞둔 시즌, 작년보다 연봉이 깎인 채 맞이한 한 해였는데 정작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할 두 달 가까이 1할대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왜 자꾸 1번에 박아두느냐는 답답함이 쌓였고, 차라리 다른 선수를 써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염경엽 감독은 그 긴 시간 동안 홍창기를 1번 타순에서 빼지 않았다.

결국 살아났다

그 기다림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건 5월 말이었다. 한 경기에서 3안타 6출루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꾸더니, 6월 들어서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6월에 치른 11경기에서 43타수 15안타, 타율 0.349를 기록했다.

사사구는 4개뿐이었지만 적극적인 타격으로 정면 승부를 이겨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시즌 타율은 0.242, 출루율은 0.380까지 올라왔다. 4월과 5월 두 달 가까이 1할대를 전전하던 선수가 6월 들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몇 개월 못했다고 내치면 그 조직이 무슨 신뢰를 얻겠나

염경엽 감독은 부진한 주전들을 계속 기용하는 이유를 회사 조직에 빗대어 설명했다. “회사에서도 내가 팀장으로 몇 년 동안 성과를 냈는데 당장 몇 개월 못했다고 내치면 그 조직이 어떤 신뢰를 얻겠는가”라는 반문이었다.

단순히 선수를 봐주는 차원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이라는 의미다. 염 감독은 “팀에 누가 오래 있겠는가. 선수가 가장 오래 있는다”며 LG가 선수들에게도 안정적으로 머물고 싶은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FA 시즌의 부진,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특히 홍창기와 박동원에게 고마움을 거듭 표현했다. 둘 다 FA를 앞둔, 선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본인 성적이 부진해도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고 후배들을 응원한다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좀 못해도 기다려주고 왜 못하는지 분석하고 도와주고 다시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는 조직이 돼야 한다. 그게 있어야 희생도 한다. 신뢰가 없이는 희생도 없다”는 말에는, 홍창기 같은 사례를 직접 지켜본 확신이 담겨 있다.

결과가 증명하는 시스템

4월과 5월,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부진에도 흔들리지 않은 기용이 결국 6월의 반등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팬들의 비판은 끊이지 않았지만, 끝까지 믿고 기다린 결정이 맞았다는 게 지금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LG의 단독 선두 질주에는 이런 식으로 천천히 살아난 선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