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한화 퓨처스 삼성전. 황준서가 7이닝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고, 김종수가 8회를 막았고, 박상원이 9회 세이브를 챙겼다. 세 투수 모두 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경기가 퓨처스리그 얘기라는 게 문제다. 한화 1군 마운드가 외국인 투수 부상, 김서현 2군행으로 허덕이는 사이 정작 힘이 돼줘야 할 선수들이 2군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다.
황준서, 2군에서는 7이닝 1실점

2024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황준서라는 이름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때 붙어 다니던 수식어다. 그런데 프로 입단 3년째인 지금, 성적표는 기대와 거리가 멀다. 올 시즌 1군에서 6경기 2패 평균자책점 6.57. 4월 29일 SSG전에서는 1⅔이닝 6사사구 5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다음날 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2군에서의 황준서는 다르다. 13일 삼성전에서 7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버텼다. 1회 연속 안타에도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고, 3회 솔로홈런 한 방을 제외하곤 삼성 타선을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7회까지 두 차례 병살타를 끌어냈고 5회와 6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1군에서의 모습과 같은 선수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피칭이었다.

2년 연속 슬라이더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스플리터에 의존하는 구성, 마른 체구에서 비롯된 체력 문제가 1군 무대에선 발목을 잡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5시즌까지 1군에서 59경기 4승16패 ERA 5.34를 기록했는데, 2군에서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1군 타선과 2군 타선의 질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셈이다.
김종수·박상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황준서만의 얘기가 아니다. 8회에 투입된 김종수는 1사 후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타자 둘을 범타로 돌리며 이닝을 막았다. 9회 박상원은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안타를 허용했지만 마지막 타자를 병살로 처리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1군에서의 성적과는 온도가 다르다. 김종수는 1군 16경기에서 ERA 4.97, 박상원은 16경기 ERA 12.00으로 각각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다 2군으로 내려온 상태다.
한화 1군 마운드는 지금 비상이다

이 아이러니가 더 뼈아픈 건 지금 한화 1군 투수진 사정 때문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 한승혁과 김범수는 팀을 떠났고 김서현은 13일 다시 2군행 통보를 받았다. 뒷문을 지켜야 할 자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황준서·김종수·박상원 세 명이 전부 2군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이들이 1군에서 통하지 못해서 내려간 것이니, 단순히 올려 세운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2군에서 저렇게 던지는 걸 보면 팬들 입장에선 답답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1군 레벨의 타선을 만나면 달라지는 게 투수들도 알고 코칭스태프도 안다.
그럼에도 이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려 돌아와야 한화의 불펜이 숨통을 트일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퓨처스에서의 여포가 1군 마운드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줄 날이 언제가 될지, 한화 팬들의 시선이 서산구장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