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후 4경기 동안 곽빈은 두산 팬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NC전 4이닝 4실점, 한화전 4⅔이닝 6실점 패전으로 시작해서 이후 KT전과 SSG전을 거치며 그나마 내용은 나아졌지만 승리는 없었다.
특히 4월 16일 SSG전에서는 7이닝 2실점이라는 충분히 이길 만한 피칭을 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다. 에이스가 5번을 던지는 동안 승리가 하나도 없다는 건 어느 팀이든 불안한 신호다. 그리고 5번째 등판 마운드에서 상대로 만난 팀이 롯데였다.
첫 승은 챙겼는데, 상대가 롯데

22일 사직구장에서 곽빈은 6이닝 94구 6피안타 1볼넷 7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상대가 도와준 측면도 있었다. 롯데는 이날 8안타를 때려냈음에도 단 1점밖에 뽑지 못했다.

3회말 전민재와 레이예스의 연속 안타, 노진혁의 진루타로 2사 1·3루 찬스를 만들었지만 터진 게 곽빈의 폭투 하나였다. 득점권 찬스를 만들어놓고 후속타가 없는 롯데 타선의 고질병이 이날도 정직하게 나왔고, 덕분에 곽빈은 숨통이 트인 채로 6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정수빈·양의지, 반대편에서 난리

두산 타선은 달랐다. 2회초 양석환 볼넷, 강승호 안타, 박지훈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뒤 정수빈이 3루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았고, 5회초에는 정수빈이 김진욱의 144km 초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가동했다.

전날 9회 3점 홈런에 이은 이틀 연속 대포였다. 정수빈은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이틀 내내 두산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양의지도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나란히 클러치를 발휘했다.

7회초 롯데 투수 김원중의 2루 악송구와 폭투가 겹치며 점수가 더 벌어졌고, 9회초 양의지의 2타점 우전 2루타와 이유찬의 2타점 좌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스코어는 9-1까지 벌어졌다.
반면 롯데 선발 김진욱은 5이닝 동안 8안타에 3사사구를 맞으며 3실점으로 물러났다. 삼진을 9개나 잡고도 빛이 바래는 전형적인 롯데표 패턴이었다. 최근 두 등판에서 연속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를 타던 김진욱은 시즌 첫 패전(2승 1패)을 떠안았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경기 후 “곽빈이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호투에도 승리를 챙기지 못해 아쉬웠는데 늦었지만 첫 승을 축하한다”고 했다. 축하는 충분히 받을 만하다.
다만 상대가 롯데가 아니었다면 조금 더 늦었을 수도 있었다는 건, 롯데 팬들도 두산 팬들도 이미 알고 있다. 두산은 이날 4연승으로 9승(1무 11패)을 기록했고, 5연패의 롯데는 키움(7승 14패)에 9위 자리마저 내주며 최하위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