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잠실 두산전, LG가 1회말에만 홈런 4개를 몰아쳤다. 1회라는 이닝에 4홈런이 나온 건 KBO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한 이닝 최다 홈런 기록은 2000년 4월 현대가 한화를 상대로 대전에서 기록한 5개로 남아 있는데, LG는 그 기록에 단 1개 차이로 다가섰다.
그 무대가 다른 곳도 아닌 잠실, 그것도 두산을 상대로 한 잠실 라이벌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잠실구장에서, 두산 팬들 입장에서는 가장 보고 싶지 않았을 장면이 나온 셈이다.
믿고 내보낸 좌완 에이스가 4개의 홈런을 헌납했다

두산이 더 아픈 이유는 이날 마운드에 올린 투수가 그냥 선발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잭 로그는 올 시즌 LG를 상대로 이미 한 차례 등판해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했던, LG의 천적이나 다름없던 좌완이었다.

LG는 좌투수에게 유독 약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박해민, 신민재, 오지환까지 좌타자가 즐비한 라인업이라 좌완 에이스를 만나면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잭 로그를 내세운 게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런데 그 믿었던 카드가 1이닝 만에 무너졌다.
LG가 우타자로 라인업을 통째로 바꿨다

이변의 배경에는 LG의 사전 대비가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좌투수 로그를 상대하기 위해 선발 라인업 9명 중 5명을 우타자로 채웠다. 송찬의, 오스틴, 박동원, 문정빈까지 우타자들을 전진 배치한 결과가 그대로 적중했다.

1회 1사 후 문보경의 실책으로 먼저 1점을 내준 LG는, 바로 그 1회말에 송찬의의 동점 솔로포를 시작으로 오스틴, 박동원, 문정빈까지 연속으로 담장을 넘겼다. 네 명 모두 비거리 130m가 넘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로그는 1이닝도 못 채우고 강판됐다

LG의 좌타 군단 약점을 메우려고 내세웠던 좌완 에이스가 1이닝 4피홈런으로 조기 강판된 건 두산 입장에서 뼈아픈 결과였다. 결국 두산은 정수빈의 1회 3루타로 만든 선취점을 단 한 이닝 만에 4점 차로 뒤집혔고, 9-3으로 완패하며 LG와의 주말 3연전을 스윕당했다.

두산이 LG보다 더 많은 13안타를 때리고도 3득점에 그치며 실책 3개까지 더했다는 걸 감안하면, 이날 패배의 출발점은 명확히 1회말 그 한 이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