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가 11년 만에 꺼낸 외부 FA 카드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미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박찬호와 4년 총액 8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이 외부 FA를 영입한 건 2015년 투수 장원준 이후 무려 11년 만의 일이었다. 두산 팬들 사이에서도 키움과 함께 대표적인 ‘짠돌이 구단’으로 통하는 팀이기에, 이 결정은 당시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왜 박찬호였나

박찬호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뒤 착실하게 커온 유격수다. 안정된 수비력에 2할 후반에서 3할을 오가는 타격, 거기에 도루왕 타이틀을 두 차례(2019년, 2022년)나 차지한 발까지 갖췄다.
두산 입장에서는 김재호 은퇴 이후 오랫동안 유격수 고민을 안고 있었고, 안재석·이유찬 등 내부 자원의 성장을 기다렸지만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밖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미 답은 나왔다

선례도 있다. 장원준은 두산 이적 첫 해 12승을 올리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이듬해 15승으로 통합 우승까지 이끌었다. 박찬호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현재 56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3홈런, OPS 0.734를 기록 중이다. 4월에 3할대를 찍었던 타격감이 다소 가라앉기는 했지만, 수비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일 잠실 한화전 7회, 강백호의 짧은 타구를 앞으로 달려 나와 몸을 날리며 잡아낸 장면은 그 자체로 하이라이트였다. 김원형 감독은 “어려운 타구가 왔을 때 호수비가 나오면 투수가 엄청난 힘을 얻는다. 올해 박찬호는 내가 봐도 깜짝 놀랄 수비를 보여준다”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당시 마운드에 있던 선발 벤자민도 그 수비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고 감독은 덧붙였다.
방망이도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다

3일 경기에서는 수비를 넘어 승부처에서 타격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2대 3으로 뒤진 연장 11회말 2사 3루 상황, 우익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타구를 만들어내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두산이 대체 선발 박신지를 내세운 반면 한화는 왕옌청을 올린 날이었던 만큼, 이 무승부는 사실상 두산에게 귀한 결과였다.
계약 기간 4년 중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더 길기에 앞으로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두산이 11년 만에 지갑을 연 이유는 이미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