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은은 최근 무릎에 지속적인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테이핑과 진통제로 버티며 마운드에 서고 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지만 통증이 계속되자, 빠른 회복을 위해 글루코코티코이드(GC) 계열 주사 치료를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주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승인 없이 맞으면 도핑테스트에 걸린다. 그래서 지난 11일 치료목적사용면책(TUE)을 신청했는데, 17일 최종 불승인 통보가 돌아왔다. 43세 베테랑 투수가 주사 한 번 맞는 데도 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했고, 그 허가마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시간을 몇 주씩 허비하는 셈

노경은이 답답함을 토로한 부분은 절차 자체다. 그는 “이 주사가 과거에는 허용됐었는데, 지금은 진료 기록을 남기면서 최소 2~3개월이 지난 후에 주사 치료를 받아도 되는지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GC 주사를 맞으면 며칠 안에 회복이 가능한데, 그 주사 자체를 승인받는 데 몇 달이 걸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노경은은 약 3주간의 외래 진료와 치료 내역을 전부 제출했지만, KADA는 최소 2~3개월 치료 시도 증빙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신청을 거절했다.
약물인데, 그 약물이 아니다

GC 계열 약물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도핑’과는 결이 다르다. 트리암시놀론, 덱사메타손 같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이건 운동 능력을 끌어올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아니라 순수한 치료 목적의 주사다. 실제로 이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선수의 퍼포먼스가 향상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의학적으로도 확인된 부분이다.
그런데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규정상 금지 약물로 분류돼 있고, 메이저리그는 자체 규정으로 GC 계열을 허용하지만 KBO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묶여 있어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 어렵다.
부상자명단에 있을 때만 가능한 구조

KADA 규정을 보면 부상자명단 등 ‘경기기간 외’로 분류된 시기에는 GC 사용이 가능하고, 이 기간 사용 후 경기기간 중 검출되면 사후 면책 신청도 할 수 있다. 말은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이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전 면책도 2~3개월 증빙이 필요한데 사후 면책은 더 받기 어려울 거라며, 면책이 안 되면 선수는 그냥 도핑에 걸린 선수로 남는 거라고 말했다. 이런 부담 때문에 1군은 물론 2군 선수들도 부상자명단을 활용한 주사 치료를 시도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노경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어깨뼈 일부가 부서지는 부상을 당한 다른 구단 선수도 GC 주사 사전 면책을 두 번이나 거절당했고, 만성 통증으로 결국 은퇴를 선택한 선수도 있었다. 한 트레이닝 관계자는 매년 세미나에서 이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온다며, 144경기를 치르는 KBO 환경에서는 미국식 규정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다만 도핑 규정이 국민체육진흥법에 묶여 있어 미국처럼 KBO만 따로 룰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KBO 측은 KADA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일부 비현실적인 절차는 개선해왔다는 입장이지만, GC 약물 치료 문제는 여전히 협의 중인 사안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