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오지환이 29일 잠실 KIA전을 마친 뒤 ABS에 대한 소신 발언을 내놨다. 구장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게 느껴지고, 신장을 기준으로 존을 설정하는 방식이 오히려 공정성을 해친다는 내용이었다.
18년 차 베테랑의 말이니 현장감 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불만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왜 공식 채널이 아니라 경기 후 취재진 앞에서 나오냐는 것이다.
불만은 ABS 도입 첫날부터 터져 나왔다

2024년 ABS 도입 첫해부터 현장 반발은 거셌다. 류현진이 경기 후 취재진을 불러 모아 특정 투구의 볼 판정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KBO는 이례적으로 투구 추적 데이터를 언론에 공개하며 정면 반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ABS, 그거 야구가 아니다. 선수들 불만이 많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고, 추신수도 KBO가 충분히 검증하고 도입했으면 어땠겠냐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판은 깔아줬는데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2024년 KBO는 ABS 보완과 피치클록 도입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자리를 마련했다. 허구연 총재를 비롯한 KBO 수뇌부까지 참석한 자리였는데, 10개 구단 중 2개 구단 선수 4명만 자리를 채웠다.
고연봉 선수들 대부분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고,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 서울 연고 팀인 LG, 두산, 키움조차 선수를 보내지 않았다. 애초에 참석하기로 했던 한 고참 선수는 다른 선수단에서 참석 의지를 보이지 않자 부담을 느껴 결국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 창구가 생겼지만, 불만은 계속됐다

KBO와 선수협은 2025년 11월 선수협 창립 이후 처음으로 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허구연 총재와 양현종 선수협 회장을 포함해 10개 구단 선수 21명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ABS 구장별 기준 통일 요청도 실제로 전달됐다.
그러나 이듬해 시범경기를 앞두고 박민우는 또 작심 발언을 꺼냈다. KBO가 ABS 존을 하향 조정하면서 충분한 시범경기 적응 시간도 없었고, 조정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소통도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선수들이 얘기해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박민우는 4월 28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ABS 판정이 매일매일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구단 전력분석팀도 ABS 결과를 신뢰하지 못해 트랙맨, 호크아이 등 다른 데이터를 병행해 분석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된 상황이었다.
말할 자리가 있을 때 말해야 한다

2024년 KBO가 판을 깔아줬을 때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에도 공식 자리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불만이 먼저 터져 나오는 패턴이 3년째 반복되고 있다. 5월 7일 박민우는 타자 키에 3cm를 더해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한다는 사실을 도입 3년 만에 처음 알았다며 소통 부재를 비판했는데, 이 대목에서 역으로 의문이 생긴다.
연봉 수억에서 수십억을 받는 프로 선수가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설정되는지 3년 동안 몰랐다는 게 과연 KBO 탓만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것이다. 소통이 안 된다고 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소통의 자리에 먼저 나오는 게 순서다. 그 자리는 이미 마련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