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33세이브, ERA 3.14로 한화의 준우승을 이끈 마무리가 올 시즌 11경기 ERA 9.00, 볼넷 14개를 기록하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내내 김서현을 살려보려 했다.
마무리에서 내리고, 점수 차가 큰 상황에 올리고, 승부처 조기 등판도 시켰다. 그 모든 시도에도 26일 NC전 동점 상황 7회에 볼넷에 이어 대타 안중열에게 125m짜리 투런 홈런을 맞으며 패전 투수가 됐다. 그제서야 한화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7볼넷, 역전포, 그리고 2군

김서현의 추락은 4월 14일 삼성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5-0으로 앞서던 8회에 등판해 사사구 7개를 쏟아내며 팀이 5-6으로 역전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경기 이후 마무리 보직을 쿠싱에게 내줬는데, 보직이 바뀐 뒤에도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3경기 무실점을 이어가며 반등 조짐이 보이는 듯했지만 26일 동점 승부처에서 또 무너졌다. 올 시즌 8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만 14개, WHIP 2.63이라는 숫자가 현재 김서현의 상태를 설명해준다.
한화 불펜이 이 지경까지 온 이유

김서현의 부진이 유독 뼈아픈 건 대체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강백호에게 100억을 쏟아부으며 타선을 강화하는 동안, 필승조였던 한승혁을 강백호 FA 보호 명단에서 빼 KT에 넘겼고, 김범수는 KIA와 4년 20억 계약을 하는 것을 그냥 지켜봤다.

롱릴리프와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던 베테랑 이태양도 2차 드래프트로 KIA에 내줬다. 이태양은 KIA에서 핵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당시 야구계에서 “한화가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진짜 있기는 한 거냐”는 말이 나왔던 이유가 지금 현실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없으면 아쉽고, 나오면 망치고

김서현이 2군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 한화 불펜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자원은 조동욱 정도인데, 그마저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우주는 2연투를 4회나 기록하는 등 혹사 우려가 있고, 박상원도 혼자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쿠싱은 원래 오웬 화이트의 단기 대체 선발로 온 선수인데 마무리로 보직이 바뀐 상황이다. 만약 한승혁이 지금 한화 불펜에 있었다면 김서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겠지만, 그 한승혁은 지금 KT에서 뛰고 있다. 나오면 망치고, 없으면 아쉬운 선수를 2군으로 보낸 건 맞는 결정이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채울 선수가 없다는 게, 지금 한화의 진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