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밥 먹는다” 기아 김범수, 퍼펙트 투구로 1경기 만에 밥값해

“밥 먹을 자격이 없습니다.” 개막전이 끝난 뒤 숙소 사우나에서 손승락 수석코치를 만난 김범수가 한 말이다. 0이닝 3실점. KIA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정규시즌 경기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3일 만에 돌아온 마운드에서 1이닝 퍼펙트 투구를 했다. 이제는 편히 밥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31일 LG전 — 12구 퍼펙트

KIA는 31일 잠실에서 열린 LG전에서 7-2로 승리했다. 개막 2연패를 끊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초반 LG 선발 톨허스트를 난타해 3회까지 7점을 뽑았고, 선발 올러가 6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7회 홍민규가 2점을 허용했지만 여유가 있었다.

8회 김범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신민재를 몸쪽 하이 패스트볼(145km)로 루킹 삼진. ABS존 상단에 걸치는 공에 타자는 꼼짝하지 못했다. 오스틴을 2구째 직구(146km)로 좌익수 뜬공 처리. 2사 후 이영빈을 풀카운트에서 직구(146km)로 루킹 삼진. 투구 수 12개. 1이닝 2탈삼진 무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였다.

개막전 — 0이닝 3실점

28일 인천 SSG전. KIA가 5-0으로 앞선 7회, 선발 네일에 이어 김범수가 올라왔다. KIA 유니폼을 입고 처음 나서는 정규시즌 경기였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 고명준에게 안타. 최지훈에게 안타. 순식간에 무사 만루.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교체됐다. 성영탁이 등판했지만 승계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김범수 기록은 0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 그리고 9회에 정해영과 조상우까지 무너지며 6-7 끝내기 역전패. 김범수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연쇄 붕괴였다.

한화가 안 잡았다

김범수는 2015년 1차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작년 73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6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25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FA 자격을 얻었다. 원클럽맨의 길을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한화는 김범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1월 중순까지도 계약이 안 됐다. 스프링캠프 출발을 며칠 앞둔 1월 21일, KIA가 3년 총액 20억원에 손을 내밀었다.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움직임으로 최형우(삼성), 박찬호(두산)를 떠나보낸 KIA가 막판에 불펜 보강에 투자한 것이다.

김범수는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비장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한화를 떠난 명분을 찾기 위해서는 KIA에서 성공이 필요했다. 시범경기 4경기 3⅓이닝 무실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무너졌다.

“마음껏 던지게 해주십시오”

김범수는 KIA와 계약할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단장님과 인사하고 사인을 했는데 ‘우리 구단을 선택해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닙니다. KIA에서 나를 선택해 주셔서 더 감사하다. 나는 정말 많이 던지고 싶다. 언제든지 편하게 그냥 마음껏 던지게 해주십시오’라고 답했다.”

KIA는 작년 좌완 필승조 곽도규가 시즌 초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시즌을 접은 이후 대안을 찾지 못해 고민이 깊었다. 김범수가 승리할 때 좌타자들을 잘 묶어준다면 불펜 운용이 수월해진다. 20억원을 투자한 이유다.

한화를 떠나 처음 웃은 김범수. 물론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서 KIA의 승리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일단 오늘은 밥값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