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팬들 사이에서 에르난데스 교체는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4.97, 두 달 넘게 무승. 견적이 다 나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런데 한화의 선택은 방출이 아니라 재정비였다.
에르난데스는 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후반기를 준비한다. 김경문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이번엔 외국인 투수에게까지 적용된 셈이다.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에르난데스는 4일 잠실 LG전에서 1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최종 성적은 15경기 3승 6패 평균자책점 4.97. 퀄리티스타트는 5회에 그쳤고 피안타율 0.286, WHIP 1.49로 세부 지표도 나쁘다. 마지막 승리가 4월 25일 NC전이니 두 달 넘게 승리가 없다. 총액 90만 달러를 투자한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한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평가다.

부상 복귀 후 평균자책점 2.84로 순항 중인 또 다른 외인 화이트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도드라진다. 한화가 최정상급 화력을 갖추고도 5~6위를 오르내리는 원인으로 에르난데스의 부진이 지목되는 만큼, 팬들 사이에서 교체론에 힘이 실린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래도 안고 가는 이유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4일 부진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끼면서 “다음에 선발 등판하면 잘 던지지 않겠느냐”며 반등 기대를 내비쳤다. 참작 사유가 없지는 않다. 에르난데스는 지난달 30일 KT전에서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고도 우천 노게임으로 42구가 통째로 지워졌고, 이후 사흘 휴식이라는 변칙 일정으로 LG전에 나섰다가 무너졌다. 시즌 중 호투하고도 타선 지원을 못 받은 경기도 적지 않았다.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1999년생의 젊은 나이에 최고 156km를 던지는 구위 자체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시즌 중 외인 시장에 확실한 대체 매물도 마땅치 않다. 교체를 결정해도 새 투수 물색과 계약, 적응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일단 재정비 후 한 번 더 지켜보는 쪽이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믿음이 답이 되려면

다만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감독 커리어 내내 양날의 검이었다. 부진한 선수를 끝까지 기용하는 뚝심이 통할 때는 명장의 지도력이 되지만, 통하지 않을 때는 고집이라는 비판으로 돌아왔다. 팬들 사이에서 선수를 가려서 믿는다는 뼈 있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결국 이 믿음의 성패는 에르난데스 본인에게 달렸다. 재충전을 마친 그가 후반기 로테이션에서 반등한다면 한화는 외인 교체 카드를 아끼고도 마운드를 정상화하는 최상의 그림을 얻는다. 반대로 지금 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화의 우승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가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 후반기 첫 등판부터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