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감독까지 고우석 칭찬했다고?” 드디어 ML 데뷔로 ‘인간승리’한 고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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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고우석(27·미네소타)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뒤 빅리그 마운드를 밟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10일(한국시간) 타깃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전, 팀이 2-4로 뒤진 9회초에 등판한 고우석은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한 데뷔전. 하지만 이 1이닝에 담긴 서사를 아는 팬들에게는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이닝이었다. 한국인 30번째 메이저리거, 투수로는 양현종 이후 5년 만의 탄생이다.

홈런 맞고도 안 무너졌다, 그리고 감독이 웃었다

내용을 뜯어보면 데뷔전치고 꽤 단단했다. 첫 타자 슈니먼을 스플리터로 1루 땅볼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두 번째 타자 베일리에게 몸쪽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몰리며 솔로 홈런을 맞았다. 데뷔전에서 홈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그런데 여기서 고우석은 무너지는 대신 버텼다. 콴과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스플리터로 빅리그 첫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고, 바자나는 151km 포심으로 2구 만에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닫았다. 18구 중 12개가 스트라이크, 볼넷은 없었다. 최고 구속은 95.7마일(약 154km).

데릭 셸튼 감독의 평가도 후했다. 경기 중 한 차례 몸을 풀었다 다시 대기해야 했던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패스트볼 구속이 좋았고 스플리터도 위력적이었다며, 피홈런은 슬라이더 하나가 높게 들어간 것일 뿐 전체적으로 좋은 첫인상이었다고 총평했다. 데뷔전에서 사령탑의 공개 호평을 끌어낸 셈이다.

방출 3번, 트레이드 2번… 이게 ‘독기’가 아니면 뭘까

이 1이닝까지의 여정이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2023년 11월 포스팅으로 샌디에이고와 최대 940만 달러에 계약했지만, 2024년 3월 고척 개막 시리즈 로스터에서 탈락했고, 5월에는 아라에스 트레이드의 구색으로 마이애미에 넘겨졌다.

이적 한 달도 안 돼 DFA. 이후 마이애미 마이너에서 방출,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 지난해 11월 또 방출, 올 1월 디트로이트와 재계약. 방출만 세 번을 겪는 동안 LG는 두 차례 이상 복귀의 문을 열어뒀지만, 고우석은 매번 미국 잔류를 택했다. 지난 5월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까지 찾아갔을 때도 정중히 고사했다.

전환점은 이달 초 찾아왔다. 불펜난에 시달리던 미네소타가 6일 현금 트레이드로 고우석을 데려왔는데, 디트로이트 시절 계약서에 명시된 ‘이적 시 26인 로스터 포함’ 조항 덕에 곧바로 빅리그 엔트리에 등록됐고, 이틀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버티고 버틴 자에게 조항 하나가 문을 열어준 것이다.

“모두 아내 덕분” 그리고 남은 과제

데뷔전을 앞두고 고우석은 소속사를 통해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둘째를 임신한 채 홀로 아이를 돌보면서도 늘 괜찮다고 말해준 아내 덕에 이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고 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남편을 3년간 지켜본 가족에게 바치는 데뷔전이었던 셈이다.

물론 냉정하게 보면 이제 겨우 출발선이다. 데뷔전 호평이 곧 보직 보장은 아니고, 현금 트레이드로 온 불펜 자원은 언제든 다시 밀려날 수 있는 위치다. 하지만 세 번의 방출에도 꺾이지 않았던 선수라면, 살아남는 싸움이야말로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일지 모른다. KBO 최고 마무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시작한 도전이 이제야 진짜 1회초를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