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시즌부터 기회를 잡았으나 이후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부족한 점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를 갈았지만, 친정팀에 내준 홈런 하나가 너무도 뼈아팠다.
그런데 배동현(28·키움 히어로즈)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무려 1639일 만의 기다림 끝에 프로 통산 2번째 승리를 수확했고, 2021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발승의 기쁨을 맛봤다.
5이닝 무실점 — 완전히 달랐다

배동현은 1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5구를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키움이 11-2 대승을 거뒀고, 3연패 사슬을 끊은 주인공이 됐다.

최고 시속 148km의 직구는 낮게 제구가 잘 됐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에 SSG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끌려나왔다. 1회부터 3점의 득점 지원을 받고 등판한 배동현은 최정에게 안타,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고명준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2회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위기를 지웠고, 3~4회에도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흔들림 없이 막아냈다.
5회에는 타선이 2점을 더 뽑아줬고, KBO 통산 홈런 1위 최정까지 달아나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승리 요건을 챙겼다. 2021년 10월 5일 한화에서 따낸 구원승 이후 정확히 1639일 만의 승리였다.
28일 개막전 — 뼈아픈 실패

사실 3일 전만 해도 상황이 달랐다. 28일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배동현은 구원 등판해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고 심우준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팀은 연장으로 향했고 결국 뼈아픈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배동현은 “속상하기보다는 화가 엄청 많이 났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다렸는데 그 힘없는, 안일한 공 하나 때문에 팀 승리가 날아갔기 때문에 저에 대한 짜증과 화가 많이 났다”며 “그걸 다른 팀을 상대로 분풀이를 하려고 외적으로 티를 내진 않고 내적으로 많이 생각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5년간 기회가 없었다

경기고와 한일장신대를 거친 배동현은 2021년 2차 5라운드 42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데뷔 시즌 20경기 38이닝 동안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기대를 모았고, 첫 승리도 따내며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곧바로 상무로 향했고, 전역 후에는 잔부상이 겹치며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24년 퓨처스리그에서는 29경기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0.30이라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콜업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37경기 41⅔이닝을 뛰며 3승 4패 1세이브 4홀드를 기록했지만 역시 1군 기회는 오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 — 새로운 기회

시즌을 마치고 2차 드래프트에서 새로운 기회가 왔다. 키움이 3라운드에서 배동현을 지명했고, 선발 경쟁에 돌입했다. 시범경기에서 불펜으로는 2⅔이닝에서 5실점했지만, 선발 등판한 3월 22일 SSG전에서는 4이닝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4선발로 예정된 김윤하가 부상을 입으면서 배동현에게 기회가 왔다.
배동현은 “기회가 오겠지만 많이는 안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를 뽑아주셨는데 불신이 아닌 확신으로 바뀔 수 있게끔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경기 후 만난 배동현은 감격스러워했다. “2021년도 이후 5년 만에 1군에서 제대로 야구를 하고 있는데, 비록 한 경기이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생긴 나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수 있는 경기였다. 나름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그는 한화 시절 선배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이태양 선수, 엄상백이 형, 김범수 형, 김민우 형, 이민우 형 등에게 좋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형들의 가르침이 저를 만들어줬던 것 같다. 단톡방이 있어서 또 시끄러울 텐데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꿈꾼다

전 소속팀 선배인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도 꿈꾼다. 배동현은 “칼을 갈고 있다. 현진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는데 ‘선발로 한 번 만나보자’고 하셨다.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일단 대답은 영광이라고 했다. 아직은 꿈만 같지만 제가 잘 던진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를 품었다.
설종진 감독은 “선발 배동현이 만점 활약을 펼쳤다. 지난 첫 등판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부담이 있었을 텐데, 오늘 스스로 부담감을 잘 이겨내며 멋진 피칭을 보여줬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