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커뮤니티에 황당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12일 고척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배동현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한계가 느껴진다”며 “구위가 떨어진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문제는 이 글을 쓴 사람이 한화 팬이라는 것이다.

배동현은 한화가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떠나보낸 선수다. 그 선수가 올 시즌 키움에서 맹활약을 펼치자 이제 와서 폄하에 나선 셈이니 팬들의 반응이 싸늘한 건 당연했다.
한 경기로 판단하기엔 너무 이른 성적표

글쓴이가 근거로 삼은 건 딱 한 경기다. 친정팀 한화를 상대로 한 12일 등판에서 배동현이 고전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한 경기 이전까지 배동현의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였다. 4월 월간 수훈선수에 선정됐고, 리그 다승 공동 1위까지 올랐다.
포심 패스트볼에 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고루 섞으며 타자들을 압도했고, KT 이강철 감독까지 “볼 회전수도 매우 좋고 변화구가 좌우타자 모두에게 위력적이다”고 공개 호평했던 투수다.

친정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 흔들린 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배동현 본인도 “류현진 선배님과 선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며 설레임과 긴장을 숨기지 않았던 등판이었다. 한 경기 부진으로 시즌 전체를 재단하는 건 어떤 투수에게도 공정하지 않다.
황준서 아끼는 한화 팬들이 할 말인가

댓글에서 나온 팩폭이 더 뼈아팠다. “배동현 올시즌 4승이 황준서 통산 승수랑 동률”이라는 댓글에 수십 개의 공감이 달렸다. 황준서는 202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가 지명한 좌완 투수다.
프로 첫 두 시즌 동안 59경기에서 4승16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했다. 한화 팬들이 전체 1순위 유망주에게 쏟은 애정과 기대는 누구보다 컸다. 그런데 그 황준서의 통산 승수를, 한화가 보호 명단에도 넣지 않고 내보낸 배동현이 올 시즌 단 몇 달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한화 팬들이 정말 화내야 할 대상은 배동현이 아니라 그를 내보낸 결정 쪽이 아닐까. 배동현은 한화 2군에서 4년간 기회를 기다리다 결국 보호 명단에서 밀려 키움으로 갔고, 환경이 바뀌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4년 동안 2군에 머물면서도 타자와의 승부를 노트에 기록하며 준비했던 선수가 드디어 터진 것이다. 한 경기 부진을 보고 “잘 버렸다”고 위안 삼는 건 스스로를 위한 합리화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