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손아섭의 강습 타구가 이민우 쪽으로 향했고, 그 타구가 급소를 강타했다. 이민우는 어쩔 줄 몰라했고, 의도치 않게 아픔을 준 손아섭도 미안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잠시 후 박승민 투수코치가 상태를 확인하러 나왔고, 연습 투구로 몸 상태를 점검한 이민우는 마지막 타자 카메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이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애기 둘 다 태어나서 괜찮다.”
KIA에서 한화로, 2025년엔 1군 0경기

이민우는 2015년 KIA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해 2017년 1군 데뷔를 했다. 2022년 4월 트레이드로 한화에 이적했고, 2024년 64경기 2승 1패 10홀드 1세이브 ERA 3.76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2025년에는 젊은 투수들에 밀려 단 한 경기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민우는 “그때나 올해나 제발 한 번만 기회가 와라 이런 생각을 했다. 지난해에는 기회가 오지 않았고, 야구를 약간 내려놓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고 당시를 털어놨다.
778일 만의 세이브

올 시즌 한화 불펜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린 김서현이 올 시즌 ERA 12.38로 무너졌고, 대체 외국인 쿠싱이 마무리를 맡다 계약이 끝났다. 김경문 감독은 “지금 민우가 뒤에서 많이 기다리지 않을까”라며 이민우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그리고 22일 두산전에서 778일 만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2024년 4월 4일 롯데전 이후 처음이었다. 이민우는 기쁨보다 미안함을 먼저 말했다. “지난 2경기에서 실점하면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시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잘 던져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당분간 부진해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이민우는 원래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 성적도 21⅔이닝 ERA 2.49로 나쁘지 않지만 홀드와 셋업 역할을 하던 선수다. 김서현의 부진, 쿠싱의 계약 만료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마무리 자리에 올랐다.

그 상황에서 급소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던져 세이브를 따낸 것이고, 본인도 “빨리 다른 선수들이 정상 궤도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팀도 탄력을 받는다”며 팀을 먼저 생각했다.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예상치 못한 역할을 떠맡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흔들리는 경기가 나올 수 있어도, 지금 이민우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