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그에서 가장 늦게 30승을 채운 최하위 키움. 그 ‘식물 타선’이 16일 대전에서 한화 마운드를 상대로 18안타 14득점을 폭격했다. 후반기 첫 경기 5-14 대패로 한화는 5할 승률이 무너졌고(40승 41패 2무), 7위 NC와의 격차는 0.5경기로 좁혀졌다.
강백호-노시환-페라자가 합계 300타점 페이스를 달리는 팀이 왜 6위에서 아래를 걱정해야 할까. 답은 이날 경기에 다 들어 있다.
노시환이 다 따라갔는데, 한 이닝에 7점을 줬다

경기 흐름이 한화의 구조적 문제를 압축한다. 선발 화이트가 5이닝 5실점(시즌 6패)으로 무너진 걸 타선이 살려냈다. 6회 문현빈의 적시타에 이어 노시환이 비거리 130m 추격 스리런을 쏘며 4-5, 한 점 차. 대전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온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이닝, 박상원-이상규-조동욱-박준영이 릴레이로 무너지며 7실점. 타선이 만든 기적 같은 추격을 불펜이 한 이닝 만에 백지로 만들었다. 6월 한 달 불펜 평균자책점 2위(3.14)로 반등했다던 바로 그 얼굴들이었다는 게 더 아프다.
숫자가 말하는 한화의 진짜 체질

이날이 우연이 아니라는 건 시즌 궤적이 증명한다. 한화는 5월 중순까지 구원진 평균자책점 6.08로 리그 꼴찌, 팀 평균자책점도 5점대까지 치솟았던 팀이다.
6월 불펜이 월간 3.14(2위)로 반등하며 팀 평균자책점을 4.61까지 끌어내렸지만, 그 반등은 조동욱 등 특정 선수의 과부하 위에 선 모래성이었고, 후반기 첫날 그 주역들이 1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본색이 드러났다.

마무리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33세이브 김서현은 ERA 12.38로 2군에 있고, 임시 마무리였던 외인 쿠싱은 계약 만료로 떠났으며, 현재 뒷문 이민우를 두고도 “원사이드하게 1이닝을 책임질 마무리인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범수, 한승혁을 FA로 놓친 겨울의 청구서가 시즌 내내 도착하는 중이다.

여기에 시한폭탄이 하나 더 있다. 선발진을 지탱해 온 왕옌청이 9월 아시안게임 대만 대표로 차출된다. 노시환, 문현빈까지 세 명이 순위 싸움의 최정점에서 동시에 빠지는 것이다. 에르난데스마저 부진으로 말소돼 대체 외인을 찾는 판국이라, 후반기 마운드는 지금보다 얇아질 일만 남았다.
타선의 시간은 유한하다

물론 반론도 있다. 4위 KIA와 3경기, 5위 두산과 1.5경기 차로 5강은 여전히 사정권이고, 채은성 복귀와 김서현·정우주의 재정비 완료라는 상수 밖 카드도 남아 있다. 클린업의 화력이라면 몇 번의 대승으로 격차를 지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의 오래된 법칙은 잔인하다. 타선은 기복이 있고, 마운드는 체질이다. 300타점 페이스의 타선도 이날처럼 5점을 내고 14점을 주면 이길 수 없다. 순위 싸움이 조여올수록 승부는 1~2점 차 접전으로 좁혀지는데, 그 승부처에서 공을 받을 투수가 한화엔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