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개막전이 악몽으로 시작됐습니다. 외국인 에이스 요니 치리노스가 1이닝 만에 6실점하며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13승으로 통합 우승을 이끈 투수입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팬 커뮤니티에서는 조기 교체론까지 불거졌습니다. 이제 겨우 1경기인데 말입니다.

치리노스는 28일 잠실에서 열린 KT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2년 연속 개막전 선발 중책이었습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최원준을 유격수 땅볼로, 김현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습니다. 김현수는 작년까지 팀 동료였습니다. 둘은 타석에서 헬멧을 벗고 인사를 나눴습니다. 여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2사 후 안현민에게 볼넷을 내줬습니다. 여기서부터 무너졌습니다.

힐리어드 좌전 안타. 류현인 적시타. 이정훈 좌전 적시타. 허경민 좌전 적시타. 한승택 우전 적시타. 그리고 9번 타자 이강민. 이강민은 고졸 신인이었습니다. 개막전 선발 출장은 KT 선수로는 2018년 강백호(현 한화) 이후 처음입니다. 치리노스는 초구 투심을 던졌습니다.

이강민은 중견수 박해민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쳤습니다.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기록했습니다. 치리노스는 최원준을 투수 땅볼로 잡아 기나긴 1회를 마무리했습니다. 1회에만 36구. 6피안타 6실점. 2회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습니다.

치리노스는 마운드를 내려오며 오른쪽 옆구리를 만졌습니다. 하지만 LG 관계자는 “교체 관련해 특이사항은 없다”고 했습니다. 부상이 아니라 순수하게 못 던진 겁니다. 싱커 구속은 평소와 비슷했지만 제구가 높게 형성되며 상대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팬 커뮤니티가 들끓었습니다. “지난해 성적에 취해 정으로 재계약한 것 아니냐.” “구위가 떨어진 것을 보니 제2의 케이시 켈리 사례가 반복될까 두렵다.”

켈리는 구위 저하로 고전하다 교체됐던 전례가 있습니다. 그 기억이 선명한 팬들에게 치리노스의 이번 투구는 단순한 컨디션 난조 이상의 신호로 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이제 막 시즌의 뚜껑을 열었을 뿐입니다. 기온이 낮은 초봄 날씨, 개막전이라는 특수 상황이 투구 메커니즘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경기로 선수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입니다.

치리노스 한 명의 부진이라면 버틸 수 있습니다. 문제는 LG 선발진 전체 상황입니다. 지난해 우승의 원동력은 치리노스-톨허스트-임찬규-손주영-송승기로 이어지는 5선발이었습니다. 그런데 WBC에 다녀온 손주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습니다. 회복해서 돌아왔지만 시범경기 등판 후 다시 탈이 났습니다. 이번엔 옆구리 미세 손상입니다.
송승기는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손주영 자리에는 아시아쿼터 라클란 웰스가 들어갑니다. 완전체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야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1선발마저 흔들리면 LG로서는 뼈아픕니다.

LG는 이날 KT에 7-11로 패했습니다. 홍창기-신민재-오스틴-문보경-박동원-문성주-오지환-구본혁-박해민 순으로 개막전 라인업을 짰지만, 1회 6실점 구덩이를 메우지 못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의 시작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연 치리노스가 다음 등판에서 팬들의 조바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그때 또 무너지면 교체론은 더 거세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