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cm, 105kg. 숫자만 보면 KBO 어디에 내놔도 압도적인 피지컬이다. 정타가 나왔다 하면 타구 속도가 170km/h를 넘어가고, 잠실 센터를 넘기는 홈런을 아무렇지 않게 쳐낸다.
문제는 그 정타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28일 사직에서 LG 이재원은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팬들의 기대를 배신했다.
퓨처스에선 26홈런, 1군에선 타율 0.179

기대는 충분히 근거가 있었다. 상무에서 뛴 이재원은 퓨처스리그 78경기에서 타율 0.329에 26홈런, 91타점, OPS 1.10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남겼다. 1군 복귀전이던 5월 6일 두산전에서도 935일 만에 KBO 무대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타구 속도 184.2km/h, 비거리 131m의 중월 홈런이었다. 그 한 방으로 잠실 팬들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우타 거포의 귀환을 믿었다.

그러나 시즌이 이어지면서 현실은 달랐다. 이날 기준 이재원의 시즌 성적은 타율 0.179, 홈런 1, 타점 6, OPS 0.522. 출루율도 0.254에 그치며 파워 히터로서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며 시즌 타율을 더 끌어내렸다.
수비 판단 실수가 경기를 갈랐다

타격 부진에 수비 실수까지 겹쳤다. 6회 LG가 5-5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가져오던 바로 그 이닝, 이재원이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2사 1루에서 황성빈의 좌익수 방향 타구에 앞으로 달려나가다 타구가 뻗어나가는 걸 뒤늦게 알고 방향을 바꿨지만 이미 늦었다. 타구는 좌측 펜스까지 굴러가는 3루타가 됐고 1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롯데가 다시 앞서나갔다. 타구 판단만 올바로 했다면 설사 잡지 못했더라도 주자를 홈에서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 흐름을 되가져온 직후에 나온 실수였기에 더 뼈아팠다.
이날 LG 수비는 전반적으로 잔실수가 많았지만, 승부를 결정지은 건 결국 이재원의 그 한 장면이었다. 4연승이 끊긴 LG는 같은 날 승리한 1위 삼성과의 격차가 다시 1경기로 벌어졌다.
프로 8년차, 이제 유망주라는 말도 어렵다

이재원은 2018년 입단한 프로 8년차로 올해 만 27세다. 퓨처스에서 파워를 보여주고, 1군에 올라오면 맥을 못 추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도 수비 실수 이후 타석에서 연속으로 범타와 삼진으로 물러나며 실수가 다음 플레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파워 하나만큼은 리그 최상급이지만, 그 파워를 실전에서 꺼내지 못하는 한 1군 무대는 계속 험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