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밖에 안 되는 어린 선수인데”.. 큰 실수라도 기아 박재현 욕하면 안 되는 이유

지난 4일 NC전, KIA 박재현(20)의 본헤드 플레이는 팬들의 천불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다.

5일 우천 취소된 광주 홈구장에서 박재현이 보여준 세리머니 하나 때문이다. 미워할 수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어린 선수의 실수를 대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큰절, 그리고 ‘제대로 된’ 리터치

5일 KIA-NC전이 비로 취소되자 신인 김민규, 박상준과 함께 박재현이 방수포 위 세리머니에 나섰다. 박재현의 몸짓은 남달랐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 3루 관중석을 향해 엎드려 큰절부터 했다. 그리고 3루로 가 스킵 동작을 하다 다시 베이스를 밟고, 타구를 확인하듯 외야를 본 뒤에야 홈으로 달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물보라를 일으켰다.

전날 실수의 완벽한 재연이자 반성문이었다. 4일 9회말, 3루타로 만든 무사 3루에서 그는 김호령의 외야 뜬공에 리터치 없이 홈으로 내달렸다가 황급히 3루로 돌아오는 황당한 실수로 동점 기회를 날렸다.

콘택트 플레이 사인을 받은 상태에서 스타트에만 집중하다 리터치 자체를 잊은 것이다. 그 장면을 팬들 앞에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몸으로 선언한 셈이다. 영상은 온라인으로 퍼졌고, 질책하던 팬심은 봄눈처럼 녹았다.

감독이 먼저 감싼 이유

박재현이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이범호 감독의 역할이 컸다. 이 감독은 패배 직후 선수단 미팅에서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경기였다. 두 번은 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튿날 취재진에게는 “개막 전 하위권 평가를 받던 우리가 상위권에서 싸울 수 있었던 건 박재현을 주축으로 한 젊은 선수들 덕분이다. 재현이 때문에 이긴 경기도 많다. 주눅 들지 말길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감쌌다.

위축되지 않도록 다음 라인업에 1번 타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우천 세리머니도 선배들이 등을 떠밀어 나간 무대였다. 실수한 막내를 팀 전체가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실수보다 중요한 그다음

냉정히 말해 박재현의 플레이는 프로답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스무 살, 1군 풀타임이 처음인 사실상 신인이다. 그 나이에 79경기 타율 0.284, 8홈런, 15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주전 리드오프로 올라섰고, 최근 10경기 타율 0.359로 다시 뜨겁다. 특유의 쾌활함으로 팀 분위기까지 바꿔놓은, 이범호 감독의 표현대로 “팀에 꼭 필요한 빠릿빠릿한 선수”다.

실수는 누구나 한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박재현은 하루 만에 팬들 앞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죄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몸으로 보여줬다. 소문으로만 듣던 스무 살의 강철 멘털을 확인한 이상, 이 실수는 그를 무너뜨리는 상처가 아니라 성장의 재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박재현에게 필요한 건 비난이 아니라, 다음 플레이를 지켜봐 주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