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 KIA 팬들을 놀라게 한 은퇴 선언이 있었다. 최고 156km를 던지는 25살 파이어볼러가 “스포츠 공부를 하겠다”며 유니폼을 벗은 것이다. 그런데 그 선수가 미국을 거쳐 멕시코, 이제는 중국 무대에 나타났다. 2019년 KIA 2차 1라운드 출신 홍원빈(26)의 이야기다.
만류에도 떠났던 특급 유망주

홍원빈은 덕수고 시절 195cm의 장신에서 내리꽂는 150km대 강속구로 KIA의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구속은 좋았지만 제구가 극도로 불안했고, 입단 6년 만인 지난해 6월에야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치렀다. 그마저 2경기 만에 마지막 1군 등판이 됐다.

결국 그는 지난해 9월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 154km를 던지는 20대 중반 투수를 내보내는 구단은 없기에 KIA는 몇 차례나 만류했지만, 해외에서 스포츠 관련 공부를 하겠다는 본인과 가족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 당시 이범호 감독도 “오래 해온 야구를 포기하고 다른 도전을 하는 건 굉장한 용기”라며 응원을 보냈고, 그렇게 홍원빈은 야구계를 떠나는 듯했다.
반전, 또 반전

그런데 올 1월, 예상 밖의 장면이 포착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유명 트레이닝 시설 ‘트레드 애슬레틱’의 쇼케이스 영상에 홍원빈이 등장한 것이다. 공부하러 간 줄 알았던 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앞에서 최고 97마일(약 156km)의 강속구를 뿌리고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었다. KIA조차 모르고 있던 반전이었다.

이 퍼포먼스를 발판으로 그는 3월 멕시칸리그 도스 라레도스와 전격 계약하며 현역으로 복귀했다. 구단 발표를 보고서야 소식을 접한 KIA 관계자가 “선수 자신의 선택”이라며 당황했을 정도로, 그의 행보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길이었다. 그리고 최근 멕시코 생활을 정리한 홍원빈은 중국프로야구리그 상하이 오르카스와 계약을 마치고 이번 주 팀에 합류한다. KBO에서 타격 코치로 오래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용달 감독이 이끄는 팀이라는 점에서, 한국 야구와의 인연도 다시 이어지게 됐다.
돌고 돌아 다시 마운드로

은퇴 선언, 미국 유학, 쇼케이스 깜짝 등장, 멕시코 진출, 그리고 중국행까지. 채 1년이 안 되는 사이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궤적이다. 결국 그가 내려놓지 못한 건 야구였던 셈이다.
KBO에서는 극악의 제구 탓에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지만, 156km의 구위 자체는 여전히 살아 있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중국 무대에서 자신감과 제구를 다듬는다면, 더 큰 무대로 가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야구를 떠나겠다던 청년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다시 마운드에 선다. 홍원빈의 두 번째 야구 인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