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수비라인에서 3골을 먹으면 공격진이 4골을 넣으면 됩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본프레레 감독의 이 명언은 당시 황당한 축구 철학의 상징처럼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웃음거리로 회자됐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대전 야구장에서 이 철학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는 팀이 나타났다.
불펜이 흔들려서 10점을 내줬으면 타선이 13점을 뽑으면 된다는 한화 이글스의 야구가, 30일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또 한 번 팬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3회까지 9점, 강백호가 다 했다

한화는 30일 SSG를 13-10으로 꺾으며 3연승을 달려 시즌 전적 26승25패를 만들었다. 경기 흐름만 따라가도 숨이 찰 정도였는데, 한화는 1회말 강백호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2회말에 추가점을 올린 뒤 3회말에는 페라자의 적시타와 강백호의 적시 2루타가 폭발하면서 3회가 끝나기도 전에 스코어를 9-2까지 끌어올렸다. 강백호 혼자 그 시점에 5타점을 쓸어 담은 것으로, 경기가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었다.
불펜이 흔들렸고, 타선이 다시 막았다

그런데 한화 불펜이 일을 냈다.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다한 류현진이 내려간 뒤 등판한 윤산흠이 6회초 에레디아 실책 출루를 빌미로 김재환에게 투런포를 맞았고, 이어 올라온 김종수도 오태곤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순식간에 6-9, 3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복귀한 최정까지 라인업에 버티고 있는 SSG 타선이 다시 살아날 조짐이 보이던 그 순간, 한화는 6회말 허인서의 투런 홈런으로 즉각 11-6으로 달아나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허인서는 2경기 연속이자 시즌 11호 홈런이었다.

8회초 SSG가 다시 3점을 만회하며 10점까지 따라붙자 같은 이닝 노시환의 솔로 홈런이 나오며 리드를 13-10으로 다시 벌렸고, 마무리 이민우가 9회를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경기가 끝났다. 이민우는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류현진 시즌 6승, 다승 공동 선두로

타선이 워낙 뜨거웠지만 이날 승리의 시작은 류현진의 안정적인 선발 투구였다. 5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경기를 틀어쥐며 시즌 6승을 챙긴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타선에서는 강백호가 3안타 5타점으로 팀을 이끌었고 이원석이 3안타 4득점으로 뒷받침했으며 허인서와 노시환도 각각 홈런을 보태며 고른 활약을 펼쳤다. 불펜이 흔들려 식겁하게 만들었지만 결과는 또 이겼다. 5월을 15승9패로 마무리한 한화는 31일 결과와 상관없이 이달 승률 5할 이상을 확정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