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현빈, 페라자, 강백호가 뿜어내는 화력이 한화의 전반부를 이끌고 있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팀을 지탱하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38경기 타율 0.283, 득점권 타율 0.345, 14타점을 기록 중인 이도윤이다. 확실한 주전 자리 하나 없이 노시환·심우준·하주석의 빈자리를 번갈아 채우면서 이 성적을 만들고 있다.
확실한 자리가 없는 선수의 생존법

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3라운드에 한화의 지명을 받은 이도윤은 11년 차가 된 지금까지 확실한 주전 자리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수비는 안정적이었지만 타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2군과 1군을 오가는 생활이 길었다.

2023년 하주석 출장정지와 백업 오선진 부상이 겹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기회를 잡았고, 그해 KBO 유격수 수비지표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이후로는 꾸준히 내야 멀티 백업으로 팀의 핵심 자원이 됐다.
이도윤은 “확실한 제 자리가 없으니 여러 포지션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그 선수들이 빠진 자리가 티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지난 두산 3연전이 이도윤을 설명한다

22일 경기에서 이도윤은 1-0으로 앞선 6회 2사 1·3루에서 적시타를 날리고, 4-2로 달아난 7회 2사 1·2루에서 풀카운트 12구 승부 끝에 강한 타구를 날려 상대 실책을 유도하며 추가 득점을 만들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9회 마무리 이민우가 선두 안타를 허용한 뒤 후속 김민석의 안타성 타구를 막아 아웃으로 만든 것도 이도윤이었다.
2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했던 이민우가 그 이후 범타 두 개로 경기를 끝낸 데는 이도윤의 수비가 있었다. 23일과 24일에도 이도윤은 각각 2안타와 1안타를 추가하며 두산 3연전 내내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타가 아닌 자리에서 스타처럼

이도윤 본인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안다. 주전들이 돌아오면 다시 교체 멤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이도윤은 “선발이 아니더라도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주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누가 안 좋아서 나온 선수가 아니라 이 선수가 잘해서 나왔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에는 277타석 65안타에 36타점을 기록하며 득점권에서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 팬들 사이에서 득점권의 악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올 시즌은 거기서 더 나아가 타율까지 끌어올리며 단순한 백업이 아닌 팀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