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까지 올랐던 투수다. KBO와 MLB를 통틀어 정점의 기량을 뽐내왔고, 이미 증명할 건 다 증명했다. 그런데 39세가 된 지금도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있다. 그것도 며칠 만에.
류현진(39·한화)은 7일 인천 SSG전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14년 만의 두 자릿수 탈삼진이었고, 통산 1500탈삼진도 달성했다.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가 더 놀라웠다.
“왕옌청 보고 며칠 만에 따라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에서 눈에 띈 구종은 스위퍼였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1일 KT전에서 6개를 던졌고, 이날은 8개를 기록했다. 타율 1위 박성한에게 시즌 첫 삼진을 안긴 결정구도 스위퍼였는데, 초구 직구를 던진 뒤 변화구 2개로 3구 삼진을 솎아냈다.
본격적으로 스위퍼를 던진 게 언제부터냐는 질문에 류현진의 대답은 “며칠 전”이었다. 기자들이 놀라자 “그냥 던지는 것”이라며 웃었다.

류현진은 “왕옌청 선수의 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휘는 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연습을 했다”면서 “살짝 비슷하게 되는 거 같아서 바로 던졌는데 되더라”고 했다. 같은 팀 후배 투수의 공을 보고 며칠 만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립도 본인에게 맞게 바꿨다.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 스위퍼 그립으로 잡으면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 왕옌청과 차이는 별로 안 나는데 나는 아파서 다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처럼 힘으로는 안 되니까”

신무기를 장착한 이유에는 생존을 향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류현진은 “예전처럼 힘으로는 안 되니까 팔색조로 바뀌면서 모든 구종을 다 던질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인 시절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배워 주무기로 만들었던 그가, 불혹을 앞둔 나이에 또다시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왔다. 사이영상 2위까지 올랐던 투수가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류현진은 “다른 구종도 조만간 보일 예정”이라며 “(어떤 구종일지는) 비밀이다. 와이프한테도 안 알려줬다”고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최고령, 최소 경기 1500탈삼진

이날 류현진은 1회말 에레디아를 3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통산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역대 7번째 기록이면서 최고령(39세 13일), 최소 경기(246경기) 기록이다. 종전 최고령은 송진우의 36세 5개월 26일이었고, 최소 경기는 선동열의 301경기였는데 류현진이 무려 55경기나 앞당겼다.
두 자릿수 탈삼진은 2012년 10월 4일 넥센전(10이닝 12탈삼진) 이후 14년 만이다. 현재 KBO 통산 탈삼진 1위는 양현종(2189개)이고, 류현진은 1509개로 7위를 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934개를 더하면 한미 통산 2443개다.

류현진은 “기록은 당연히 감사하고 좋다.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으니 앞만 보고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8일 류현진은 관리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쌀쌀한 날씨에 피칭한 만큼 휴식을 주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고, 부상 대체 외국인 잭 쿠싱을 등록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