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150km가 흔해진 KBO리그에서 평균 140.9km의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 LG 트윈스 임찬규다. 그런데 이 느린 공의 주인공이 지금 리그 다승 선두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오버핸드 중 가장 느린 공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임찬규의 올 시즌 평균 구속은 140.9km로 리그 전체 최저 2위다. 최저 1위가 팔을 옆으로 내려 던지는 사이드암 고영표(KT·135.5km)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에서 정통으로 내리꽂는 오버핸드 투수 중에서는 사실상 가장 느리다.
리그는 반대로 가고 있다. 2024년 143.6km였던 리그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6.2km로 뛰었고, 올해는 146.5km까지 올라왔다. 모두가 빨라지는 시대에 임찬규만 홀로 느린 공을 고수하는 셈이다.
그런데 성적은 다승 공동 1위

그 느린 공으로 올 시즌 22경기 11승 4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 중이다. KIA 아담 올러와 다승 공동 1위다. 임찬규는 지난달 30일 키움전 승리로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고,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채웠다.
위기가 없던 건 아니다. 지난달 18일 KT전 4이닝 5실점, 24일 한화전 4이닝 7실점으로 연달아 무너지며 평균자책점이 3.78에서 4.53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2승 무패, 이 기간 평균자책점 1.31을 찍으며 반등했다.
염경엽 감독이 밝힌 생존법

비결은 무엇일까. 염경엽 LG 감독은 19일 취재진에게 “임찬규는 고민을 하면 안 되는 투수다. 새로운 걸 개발하는 것보다 갖고 있는 구종을 더 확실하게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어떤 상황에 얼마나 정확하게 던지느냐가 전부라는 얘기다.

판단 기준은 볼넷이다. 염 감독은 “볼넷이 없는 날은 6~7이닝에 100개를 던지며 내용이 좋고, 볼넷이 있는 날은 무조건 안 좋다”고 했다. 안 맞으려는 승부가 아니라 빨리 치게 만들어 맞춰 잡는 게 임찬규 야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다만 감독 스스로 한계도 인정했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차이가 큰 유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4선발이 11승 4패를 하고 있으면 엄청 잘하는 것”이라며 팀 내 가치를 분명히 했다.
남은 변수는 올러와의 경쟁

다승 레이스는 막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러는 지난 16일 두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먼저 11승을 채웠고, 임찬규가 뒤이어 승수를 맞추며 동률이 됐다.
두 사람의 남은 등판 결과에 따라 KBO 다승왕의 주인이 갈린다. 임찬규가 타이틀을 가져가면 구속 혁명 시대에 나온 가장 느린 다승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