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변화 없는 돌부처인 줄 알았는데”.. 오승환, 미국에서 공황장애 앓았던 이유

포스트맨

마운드 위에서 단 한 번의 표정 변화도 없이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 때문에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었던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2년차였던 2017년 시즌에 공황장애 증세를 앓았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해 털어놓은 이야기인데, 마운드 위의 강철 멘탈 뒤에 이런 고통이 숨어있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야구장이 두려워졌던 남자

오승환은 201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76경기 19세이브 ERA 1.92로 화려하게 MLB 무대를 데뷔했다. 기존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하자 곧바로 마무리 보직을 꿰차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중 한 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년차에 들어서면서 성적이 주춤했고, 그 시점에서 오승환은 야구장 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는 감각을 경험했다. “어제 경기를 나 때문에 졌다면 야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게 내 탓인 것 같고, 내가 이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생각이 뇌리를 지배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초등학교 시절 무서운 감독의 빨간 차만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그대로 되살아난 감각이었다고 했다.

왜 미국이 더 힘들었나

오승환은 한국, 일본, 미국을 모두 경험했는데 어디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미국이라고 답했다. 살인적인 이동 거리와 문화적 고립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비행기를 타고 새벽에 도착하면 어느 도시인지도 모른 채 눈을 붙이고, 깨어나면 버스를 타고 야구장으로 나가서 공을 던지고, 밥을 먹고 호텔에서 자고 또 버스와 비행기를 타는 기계적인 삶이 1년 내내 반복됐다고 했다.

일본은 입맛도 비슷하고 이동도 수월한 편이었는데, 미국은 모든 것이 달랐다. 언어 장벽에 문화적 고립, 거기에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정신적으로 한 번 무너지자 걷잡을 수 없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 못 보이는 성격이 더 힘들게 했다

오승환 스스로 밝혔듯이 당시 그는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혼자 삼키며 버텼다. 경기가 끝나면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바빴고, 이런저런 변화를 주며 나름대로 극복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증상이 공황장애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KBO 통산 세이브 1위, 한일미 통산 500세이브에 빛나는 끝판왕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