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우석(28)의 미네소타행이 확정된 뒤, 뒤늦게 전해진 후일담이 팬들을 더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취재진들 사이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직전까지 고우석은 사실상 LG 복귀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는 것이다.
콜업 없이 시간이 더 흘렀다면 늦어도 8월 전에는 한국행이 유력했다는 전언이다. 그야말로 마지막 순간에 운명이 뒤바뀐, 드라마 같은 반전이다.
벼랑 끝에서 열린 문

고우석은 2023년 11월 포스팅으로 미국에 건너간 뒤 샌디에이고, 마이애미, 디트로이트를 거치며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방출과 강등을 반복하며 옮겨 다닌 팀만 산하 구단 포함 열 개 가까이 된다. 그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홀로 버텼고, KBO 최고 마무리가 마이너에서 뭐 하냐는 조롱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5월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온 LG의 복귀 제안을 고사하고 도전을 이어갔다. 트리플A에서 27⅔이닝 평균자책점 2.60, 피홈런 0개라는 성적으로 스스로 기회를 만들었고, 7월 1일 양도 조항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그리고 디트로이트가 지키기를 포기한 그 자리를, 불펜 보강이 급했던 미네소타가 낚아챘다. 계약 조항상 미네소타는 그를 반드시 빅리그 로스터에 올려야 한다. 8일 클리블랜드전을 앞두고 등록이 유력하다.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질 때 아내와 아들은 한국행 비행기 안에 있었다니, 마지막까지 영화 같은 타이밍이었다.
매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를 눈앞에 둔 고우석의 소감에서 가장 먼저 나온 건 기쁨이 아니라 미안함이었다. 그는 “지난 5월 LG의 제안을 거절하고 매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팀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팀을 외면한 것만 같아 죄책감이 있었다”며 LG와 팬들에게 거듭 사과와 감사를 전했다.
비시즌 훈련을 도와준 LG 코치들과 캐치볼 파트너, 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LG 선수들도 일일이 언급했다. 거절한 팀을 향해 이토록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그가 얼마나 무거운 마음으로 버텨왔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울컥한 대목은 아내를 향한 말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채 혼자 아이를 돌보면서도 늘 괜찮다고 이야기해줬다. 이 행운이 찾아온 건 모두 아내 덕분”이라는 고백이다.
트윈스에서 트윈스로

공교롭게도 그의 새 팀 이름도 트윈스다. LG 트윈스의 수호신이었던 사나이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30번째 한국인 빅리거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2년 8개월의 설움이 조롱을 응원으로 바꿔낸 지금, 남은 건 하나다. 그토록 바라던 그 마운드에서, 버텨온 시간만큼 오래 살아남는 것. “다시 출발점에 섰으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이제 빅리그에서 증명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