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구 난조로 두 달 넘게 2군에 머물고 있는 한화 김서현(22)에게 뜻밖의 해법이 검토되고 있다. 일본행이다. 물론 이적이 아니다. 최근 손혁 한화 단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한 투수 전문 아카데미를 둘러보고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서현의 일본 단기 연수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3세이브 마무리의 추락

김서현의 올 시즌은 처참하다. 지난해 69경기 3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로 한화 우완 최초의 30세이브 마무리로 우뚝 섰던 그가, 올해는 1군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38에 그쳤다. 8이닝 동안 사사구가 무려 19개. 구위가 아니라 공을 어디에 던질 수 있느냐의 문제로 시즌이 통째로 꼬였고, 결국 4월 말 2군으로 내려가 장기 재조정에 들어갔다.

문제의 핵심은 메커니즘이다. 시속 150km대 후반의 강한 공은 여전하지만, 투구 동작이 일정하지 않으니 그 공이 무기가 되지 못한다. 단순히 2군에서 공을 많이 던진다고 해결될 유형이 아니라는 게 안팎의 진단이다. 지금 김서현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투구가 아니라, 왜 흔들리는지를 객관적으로 찾아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힌트가 된 KIA의 이의리 프로젝트

손혁 단장이 주목한 건 KIA의 실험이다. KIA는 지난달 올 시즌 평균자책점 9점대로 무너진 이의리를 비롯해 김시훈, 홍민규, 강효종 등 투수 4명을 일본 지바현의 투구 분석 전문 기관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스 랩’에 단기 연수를 보냈다.
시즌 중 외부 전문 기관에서 투구 메커니즘을 객관적으로 점검받고, 그 결과를 다시 팀 시스템 안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KIA는 연수를 다녀온 이의리를 곧바로 1군에 올리지 않고 잔류군과 퓨처스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빠른 공을 갖고도 제구가 무너져 길을 잃었다는 점에서 이의리와 김서현의 상황은 닮은꼴이다. 손 단장이 KIA 선수들이 다녀온 바로 그 시설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는 건, 단순 견학 이상의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국내 코칭스태프를 부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꼬일 대로 꼬인 감각을 제3의 시선으로 풀어보겠다는 접근이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김서현의 일본 연수가 결정된 건 아니다. 다만 이의리가 후반기 1군에서 실제 반등을 보여준다면, 시즌 중 해외 연수가 효과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지고 한화의 판단도 빨라질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김서현 본인이 평소 일본 야구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드러내온 선수라는 점이다. 일본 무대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일본식 정밀 분석은 오히려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분명한 건 한화가 김서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33세이브를 올린 22살 파이어볼러는 여전히 이 팀 뒷문의 미래다. 2군에서 시간만 보내게 두는 대신 단장이 직접 바다를 건너 해법을 찾아 나선 것 자체가 그 증거다. 이 정성이 김서현의 부활로 이어질지, 한화의 다음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