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잠실에서 LG가 3-4로 지던 9회말 2사 상황이었다. 송찬의 삼진, 구본혁 2루 땅볼로 경기가 거의 끝나가던 순간, 대타 이재원의 타구가 외야로 높이 떴다. 키움 야수 세 명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타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졌고 이재원은 2루에 안착했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그 순간부터 흐름이 바뀌었고, 홍창기 볼넷에 이어 박해민이 7구째 154km 직구를 통타해 끝내기 3점 홈런을 만들었다. LG 승리 확률이 5.7%였던 순간에 역전극이 완성됐다.
키움 야수 수비가 없었다면

야수가 그 타구를 잡았다면 경기는 그냥 끝났다. 카나쿠보 유토의 구위는 이날 진짜였다. 최고 154km 직구를 던지며 LG 타자들을 9회 내내 압도했고, 박해민을 제외한 타자들은 직구를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구본혁에게 던진 8구 중 7개가 직구였는데도 피칭볼로 처리했고, 송찬의도 6구 모두 직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구위 자체가 흔들린 게 아니었다.
한 개 빼고 올직구

30구 가까이 던진 공 중 포크볼 한 개를 제외하면 전부 직구였다. 박해민이 경기 후 “앞 타자들을 관찰했을 때 변화구를 하나도 안 던져서 무조건 직구만 보고 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크볼에 헛스윙이 나왔는데도 이후 직구를 고집했고, 타이밍이 맞아가던 박해민이 결국 직구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팬들 사이에서 전성기 오승환도 아닌데 변화구를 하나도 안 던진 건 뭐냐는 반응이 나오는 게 이해가 되는 볼 배합이었다. 구속만 빠른 직구를 반복적으로 던지면 타자 눈에 익어서 결국 맞는다는 야구의 기본 원리가 그대로 적용됐다.
박해민의 첫 끝내기 홈런

2012년 육성선수로 입단해 1719경기 7037타석을 소화한 박해민에게 커리어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통산 61번째 홈런이 끝내기 쓰리런이라는 게 더 극적이다.

9회말 타석에 들어서기 전 “나까지 연결해달라, 내가 준비하겠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는 게 경기 후 천성호의 증언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경기를 뒤집은 장면이 주장 박해민이 왜 이 팀 주장인지를 보여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