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고척 키움전, 롯데가 7-1로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다. 9위 SSG의 추격을 따돌리고 8위 자리를 지켰고, 키움과의 주말 3연전 첫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위닝시리즈도 확보했다.

이날도 레이예스가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고, 나균안이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그런데 이 경기를 단순히 4연승이라는 숫자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상대가 SSG와 키움, 롯데보다 순위가 낮은 팀들이라는 점이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올 시즌 롯데는 9위 SSG를 상대로 5승 1무 3패, 10위 키움을 상대로는 4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자신보다 순위가 낮은 두 팀을 상대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이 경기 전 원정 경기가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이번 키움 3연전도 마찬가지 패턴이었다. 1차전, 2차전을 연달아 잡으며 두 경기 만에 시리즈를 확정 지었다.
두산 시절부터 익숙한 패턴

이런 모습은 김태형 감독의 두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7년 연속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우던 시기, 그 바탕에는 정규시즌에서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확실하게 승수를 챙기는 안정적인 승률 관리가 있었다.
강팀을 상대로 한두 경기를 내주더라도, 약팀과의 맞대결에서는 거의 놓치지 않는 식의 운영이었다. 지금 롯데가 SSG와 키움을 상대로 보여주는 압도적인 전적이 그 시절의 패턴과 닮아 있다.
그런데 강팀 상대로는 다른 이야기다

문제는 이 우세가 하위권 팀에만 한정된다는 점이다. 롯데는 역사적으로 LG, 두산, SSG, 삼성, NC, KIA와의 라이벌 시리즈 전적에서 단 한 곳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팀이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여전히 고전하는 경기가 많고, 시즌 초반 LG와 KT를 상대로 한 시리즈에서는 전패에 가까운 결과를 낸 적도 있었다. 결국 지금 롯데의 4연승은 진짜 실력 향상이라기보다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우위를 확실하게 점수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살아났다는 신호에 가깝다.
8위 자리를 지키려면 결국 강팀을 잡아야 한다

8위와 9위, 10위 사이의 격차를 벌리는 데는 이런 하위권 맞대결에서의 우세가 분명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5위권 진입을 노린다면 결국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을 상대로도 승수를 쌓아야 한다.
약팀을 상대로 확실하게 이기는 능력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그 강점만으로는 지금의 순위를 뛰어넘기 어렵다. 롯데에게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못하는 팀을 잡는 건 이미 증명했으니, 이제는 잘하는 팀을 잡을 차례다.